정일우·정윤호 '맑음' 고성희·서예지 '흐림'…'야경꾼' 첫등장 어땠나?[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11일 MBC 월화드라마 '야경꾼일지'(극본 유동윤 방지영 김선희 연출 이주환 윤지훈) 3회에 정일우, 정윤호(유노윤호), 고성희, 서예지 등 성인 배우들이 첫 등장했다. 각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할애한 한 회라 배우별 분량은 많지 않았으나, 앞으로 보여줄 장면들에 어느 정도나 기대감을 가져도 될지 각자 증명한 한 회이기도 했다. 배우 4인의 첫 등장을 짚었다.

▲ 정일우·정윤호 '맑음'

정일우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이미지를 고스란히 살렸다. 귀신 보는 능력을 지녔으나 이를 숨긴 채 방탕하게 살아가는 왕자 이린을 맡았는데,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귀신 3인방을 짐짓 모른 체하거나 기생을 찾아가 능글맞게 구는 장면들을 연기하는 모습이 천연덕스러웠다.

지난 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양명 역으로 사극 연기를 이미 선보인 바 있는 정일우로 당시와 외적으로는 큰 차이 없었으나 180도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이후 이린의 성격이 달라지는 지점에서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가 관건.

정윤호는 기대 이상이었다. 첫 사극 출연인 데다가 남성듀오 동방신기 멤버인 아이돌 출신, 전작들에선 일부 연기력 논란도 있었던 터라 정윤호는 방영 전부터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 배우였다. 하지만 훗날 임금 직속 감찰부 무관이 되는 무석 역의 정윤호는 이날 짧은 등장에도 낮고 안정적인 발성을 바탕으로 냉철한 성격의 캐릭터를 부드럽게 연기했다. 귀신의 공격을 받은 이린을 구하는 장면에선 인상적인 액션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대사 속도가 빠르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 받기도 하나 이날 첫 등장한 성인 배우들 중에선 가장 예상 외의 연기를 선보여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했다.

▲ 고성희·서예지 '흐림'

고성희는 백두산 마고족 출신의 도하 역으로 등장했다. 엉뚱한 구석도 있는 꿋꿋한 성격의 인물로 지난해 데뷔한 고성희는 드라마로는 MBC '미스코리아'에 이어 '야경꾼일지'가 두 번째 작품임에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다만 고성희의 경우 판타지 드라마 속 가상의 마고족이라고는 하지만 극 중 배경인 조선시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의상과 메이크업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팔, 다리를 드러낸 반팔 상의와 짧은 치마, 심지어 상의 안에는 마치 현대의 탱크톱을 연상하게 하는 옷을 복부까지 살짝 드러낸 채 입고 있었다. 양갈래 머리나 단정하게 다듬어진 앞머리, 눈꼬리 쪽으로 뺀 아이라인 등도 '판타지 드라마니까'라고 납득하기엔 '백두산 마고족 출신의 야생마 같은 처녀'란 설정과 부조화였다.

마찬가지로 케이블채널 tvN '감자별 2013QR3'에 이어 안방극장 두 번째 작품인 서예지는 이날 가장 어색했다. 이린을 좋아하는 박수련 역으로 등장했는데, 기생의 옷고름을 들고 의기양양한 이린에게 다가가 "언제까지 세월을 허비하며 사실 겁니까"라고 호소하는 장면과 이린에게 너무 마음을 주지 말라는 무석에게 "대군마마께는 도성의 여자들, 이런 장식품, 새것이 나오면 갖고 싶고 싫증 나면 버려지는, 그게 인지상정인데 이해해야죠"라고 차갑게 말하는 장면에선 박수련이 어떤 캐릭터인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다소 모호한 연기를 보였다.

짧은 장면이었단 점을 고려해도 무석과의 장면에서 너무나도 확연히 현대극 말투를 사용해 사극 말투를 쓴 정윤호와 이질감이 느껴지게 하는 등 아직 캐릭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잡지 못한 인상이 컸다.

[배우 정일우, 정윤호, 고성희, 서예지(왼쪽부터).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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