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 이제 시작하는 박유천의 쉽지 않은 도전 (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박유천이 스크린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것도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 '해무'를 통해서 말이다. 다른 배우들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해무' 속 동식 캐릭터는 참으로 어려웠다. 스크린 데뷔로 선택하기엔 어려움도 많았고, 고민도 컸다.

박유천은 '해무'에서 전진호의 막내 선원 동식 역을 맡았다. 동식은 이제 막 뱃사람이 된 인물이다. 바다와 육지에 발을 걸치고 있는 듯 한 동식의 캐릭터도 어려웠고, 동식이 가지고 있는 감정선 하나하나 쉬운 구석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유천은 '해무'를 통해 스크린 데뷔를 했다. 아직 개봉을 하진 않았지만, 현재까지는 호평이다. 박유천은 "다행스럽게도 많은 분들이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기분도 좋고, 마음도 편안해 졌는데, 오히려 걱정이 된다. 모든 사람들이 (내 연기를) 좋게만 보진 않을 것 아닌가. 개봉 후 관객들이 내 연기를 어떻게 볼지 모른다. 이제는 걱정이 되기도, 부담이 되기도 한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 놓았다.

'해무' 시나리오가 박유천에게 왔을 때, 선뜻 손을 대기가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만큼 동식은 소화해야할 감정이 복잡했다. 첫눈에 반한 홍매에 대한 감정도 그렇고, 막내 선원으로서 중간지점을 타기 역시 버거웠을 터. 하지만 이런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 눈에 보였기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시나리오를 받고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지도 모른다. 힘에 부칠 때도 있었고, 어렵기도 했다. '잘해야겠다' '잘 스며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투리와 선배님들과의 연기, 동식의 감정선이 굉장히 걱정됐다."

동식은 순박한 막내 선원이다. 이제 막 뱃일을 시작했기에, 아직 완벽한 뱃사람은 아니었다. 심성보 감독 역시 박유천에게 이런 동식의 캐릭터가 잘 표현되길 원했다.

"육지와 바다에 걸쳐있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분장도 다른 선원들에 비해 덜했다. 반대로 완벽한 뱃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프라이드는 더 강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홍매 앞에서 허세를 부리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님도, 심성보 감독님도 그런 부분이 많이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박유천은 현재 무대에서는 JYJ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는 배우 박유천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은 박유천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해무'를 보고 있노라면, 무대에서의 박유천의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박유천 역시 "'해무' 속 동식은 박유천이 아니다"고 말했다.

"'해무' 속 비주얼 같은 경우는 박유천이 망가지는 것이 아니다. 그냥 동식이니까 망가지는 것이라 생각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이돌 가수니까 고민하고 걱정되는 부분은 없었다. 전혀 상관없는 부분이다. 그저 내가 동식을 표현하는걸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우려됐다. 아이돌 가수를 바라보는 선입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을 맞출 순 없다. 최대한 융화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박유천의 말대로 '해무'에서 박유천은 완벽히 동식으로 변해 있었다. 어눌한 사투리부터 순진한 막내 선원, 홍매를 보고 첫눈에 반한 동식의 눈빛까지 스크린 데뷔에서 합격점을 받을 만 했다. 캐스팅 된 후 촬영에 들어가기까지는 한 달 반 남짓. 그동안 사투리와 뱃사람으로 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가장 많이 준비한 것은 사투리다. 또 뱃사람에 대한 연구를 동시에 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영상을 보면서 연구했다. 예를 들어 뱃사람들은 목소리가 기본적으로 크다. 파도와 배에서의 소리보다 목소리가 커야하기 때문이다. 또 밥을 먹는 습관도 있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을 숙지해 나가면서 계속해서 시나리오를 읽었다."

박유천은 2010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이후 '미스 리플리' '옥탑방 왕세자' '보고싶다' '쓰리 데이즈' 등에 출연하면서 필모를 쌓아 왔다. JYJ로 바쁜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해에 한 편 정도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연기자로서의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더니 스크린 정복까지 나섰다. 배우 김윤석을 비롯해 한예리, 이희준, 문성근, 김상호, 유승목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처음부터 주연으로 데뷔했지만, 연기력에 대한 혹평은 생각보다 없었다. 처음부터 극에 잘 녹아드는 연기력으로 연기자로서도 승승장구 했다. 이쯤 되니 그냥 우연한 기회에 연기를 시작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로서 박유천의 목표는 무엇일까.

"뚜렷하게 잡아둔 목표는 없다. 날 찾아주는 분들이 있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 해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으면, 그게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즐겁게 하고 싶다. 연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그 안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일하는 것이 행복하다. 그런 행복감을 계속 느꼈으면 좋겠다."

2004년 동방신기 멤버로 데뷔한 박유천은 어느덧 연예계에 입문한지 10년차가 됐다. 어린나이에 데뷔해 벌써 30대를 바라보고 있다. 바쁘게 살아왔고, 여유는 없었다. 서른 살이라는 나이를 느낄 시간도 없었다. 박유천은 다가오는 서른 살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몇 달 후면 30대가 된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일들을 보며 잘 해왔나라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어떤 30대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어렸을 때는 빨리 커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된 후 세워둔 목표도 있었지만, 어긋나는 일이 생긴다. 그저 소소한 것들을 잘 챙기고 좀 더 따뜻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배우 박유천.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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