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강 슬라이더’ 진화하는 류현진, 체인지업만 주무기 아니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체인지업만 주무기가 아니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시즌 11승을 따냈다. 류현진은 22일(한국시각)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와의 원정경기서 7이닝 5피안타 5탈삼진 1볼넷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이날 승리로 피츠버그의 최근 상승세를 잠재우면서 LA 다저스의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던 경기. 이날 투구내용을 살펴보면 체인지업 활용이 그리 많지 않았다. 대신 경기 초반부터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재미를 봤다. 그러면서 직구와 커브를 적절히 활용해 피츠버그 타선을 요리했다. 류현진의 허를 찌르는 볼배합에 홈 팀타율 0.272로 내셔널리그 2위인 피츠버그 타선이 주춤했다.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올 시즌 부쩍 좋아진 무기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14일 샌디에이고전에 이어 이날도 슬라이더 비율이 높았다. 이미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 모든 팀에 잘 알려졌다. 분석과 대응책도 마련된 상황. 류현진으로선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하기 위해선 또 다른 무기가 필요했다. 그게 바로 슬라이더다.

류현진을 두고 최근 “커터를 개발했다”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 류현진은 “빠른 슬라이더”라는 말을 사용했다. 컷 패스트볼은 직구와 슬라이더의 중간 정도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보통 슬라이더와는 달리 직구처럼 구속이 90마일 이상 찍힌다. 홈 플레이트에서 변화가 심한 구종. 류현진은 그동안 전통적인 슬라이더만 구사했다. 이날 투구를 볼 때 류현진 슬라이더는 낙폭이 매우 컸다. 지난해보다 더 좋아졌다. 구속도 빨라졌다. 경우에 따라선 커터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슬라이더로 표기했다.

어쨌든 이 구종이 업그레이드 된 건 확실하다.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우타자 기준으로 몸쪽으로 휘어들어간다. 이게 제대로 꺾이지 않거나 제구가 가운데로 몰리면 그대로 장타를 맞는 경우가 많다. 힘과 테크닉이 빼어난 타자가 즐비한 메이저리그다. 류현진이 그동안 슬라이더를 많이 구사하지 않은 건 그만큼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그리고 시즌을 치르면서 슬라이더가 좋아졌다. 타자에게 통하겠다는 확신이 든 모양이다. 최근 2경기서 샌디에이고, 피츠버그 타자들은 류현진의 슬라이더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갔다. 마치 지난해 류현진 체인지업을 처음 봤을 때 그 느낌이었을 것이다. 슬라이더로 주도권을 잡은 류현진은 커브 위력마저 배가되면서 피츠버그 타선을 압도했다.

류현진은 이날 체인지업이 확실히 좋지 않았다. 4회 볼넷으로 흔들렸을 때 많이 구사한 공이 체인지업이었다. 안타를 맞기도 했다. 물론 슬라이더도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꺾이는 각도와 힘에선 체인지업보다 더 위력적이었다. 경기당일 가장 잘 구사되는 공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 두뇌피칭의 기본이다.

류현진이 2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 지금 페이스로는 사상 첫 15승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수치로만 진화를 말할 수 없다. 투구내용 자체가 업그레이드 됐다. 물론 메이저리그는 정글이다. 류현진은 또 고비를 맞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류현진은 그 고비를 이겨낼 수 있는 맷집을 키우고 있다.

[류현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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