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도'에서 뛰어 논 강동원의 이유있는 발광(發光) (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강동원이 발광(發光. 빛을 냄)했다.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강동원은 그야말로 빛을 냈다.

강동원은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망할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 활극을 그린 '군도'에서 백성의 적 조윤 역을 맡았다. 한이 서려있는 이유 있는 악인 조윤. 서자출신으로 슬픔을 감춰야 했고,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아비의 마음에 들기 위해 더욱 악랄해져야 했다.

조윤은 있는 그대로 보이는 악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어려운 캐릭터다. 몇 해의 공백을 가진 후 복귀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강동원은 '군도'의 조윤을 선택했다. 바로 윤종빈 감독이었다. 윤종빈 감독만 보고 강동원은 '복귀작은 이분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윤종빈 감독과 먼저 만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사니리오가 나왔을 때쯤 '군도'의 조윤은 강동원 품에 안겼다.

'군도'를 선택한 후 강동원에게 가장 먼저 주어진 숙제는 액션이었다. 조윤은 19세에 이미 조선 천지에 당할 자가 없는 최고의 무관이 된 실력을 갖춘 인물이었다. 믿음이 가야했다. 실수로라도 밀린다면 조윤에 대한 환상은 깨지고, 관객들은 몰입하지 못했다. 강동원에 따르면 조윤은 '스피드'와 '파워'를 겸비한 검술에 능했다. 사람의 움직임을 우아하게 만드는 의상으로 인해 더 빠르게, 더 힘 있게 자신을 단련 시켰다.

"다들 열심히 했겠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 나는 다른 배우들보다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었다. 엄청난 스피드와 힘을 가진 액션이었지만, 도포가 휘날리면서 그런 느낌을 많이 빼앗아갔다. 힘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무거운 검을 들고 연습을 했다. 사람들이 조윤의 검술이 춤사위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좋은 것 같기도 하면서 아쉽기도 하다. 사실은 엄청나게 힘이 있는 액션인데 말이다."

액션 다음은 사연이 있는 악인 조윤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강동원 역시 "조윤을 표현하기가 쉽진 않았다"고 말했다. 강동원의 말에 따르면 조윤은 돌무치처럼 복수를 하는 인물도 아니고, 많이 돌아다니는 인물도 아니다. 그저 백성들을 괴롭혀 돈을 버는 그런 캐릭터인 조윤은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한 강동원에게 더 경직감을 줬고, 긴장되게 만들었다.

조윤이 어려운 것은 또 있었다. 바로 계속해서 강조되는 그 '사연'이다. "지 아비에게 금수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자란 놈인데 무슨 짓이든 못하겠습니까?"라는 조윤의 대사처럼 조윤은 인정을 받지도, 서출이라는 이유로 출세를 하지도 못했다. 조윤 역시 시대에서 버림받은 인물이었다. 어쩌면 조윤은 군도의 무리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에 저항하는 방법이 군도 무리와는 달랐다.

"조윤 역시 시대에서 버림받은 인물이다. 방법이 좀 다르다. 군도와 조윤은 모두 버림받은 사람이지만, 서로 다른 길을 택한 사람들끼리 싸우는 것이다. 같이 아픈 사람들끼리 싸우는 것이다. 이 영화가 만약 권선징악의 교훈을 줄 목적이었다면, 조윤은 이유 없는 악인으로 그려졌을 것이다."

'군도'에서 강동원은 단연 빛났다. 강동원은 '군도' 안에서 마음껏 뛰어 놀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정우를 비롯한 이성민, 조진웅, 마동석, 이경영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단연 빛났다. 그의 외모나 분량을 두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조윤이 부채 하나로 돌무치를 제압하는 것이나, 군도 무리와 검술을 펼치는 대목, 도치가 된 돌무치와 대나무 숲에서 싸우는 장면은 그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윤 캐릭터를 많이 칭찬해줬다. 다른 분들이 내가 뛰어 놀 수 있도록 뒤에서 많이 도와준 게 있다.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하는 부담감? 그런 건 없다. 영화가 타당해 지려면 불꽃 튀는 경쟁을 하는 것이다. 연기자로서 영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그런 작업이다. 자신감이 아니라, 내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도 있다. 자신이 없어도 있다고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부리는 호기로 느껴지지 않았다. 관객들은 강동원을 찾고, 감독들 역시 강동원과의 작업을 원한다. 강동원이 출연한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그저 강동원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만 티켓을 끊은 것도 아닐 것이고, 그동안 강동원과 작업을 했던 감독들이 그저 강동원이 청춘스타라서 함께 작업하길 원했던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터. 강동원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한번 웃어 보인 후 말을 이어갔다.

"나는 배우로서 올인하고 산다. 연기자로서 내 영화에만 올인을 한다. 내가 출연하는 영화에 방해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감독님들이 날 캐스팅 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강동원은 영화를 위해 열심히 하는 구나'라고 느끼면 날 캐스팅 하고 싶을 것이다."

처음엔 모델이었다. 그러다가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스크린에 보였다. 차근차근 필모를 쌓아가던 강동원은 어느덧 충무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가 됐다. 영화 '초능력자'를 마지막으로 공백기를 가졌고, '군도'로 돌아온 강동원을 환영했다. 그리고 강동원의 나이 서른셋이 됐다.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제 '진짜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나이다. 배우로서 강동원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단순하다. 단순하게 이상형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착하고 예쁜 여자가 좋다고 말하는 것처럼 연기적으로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좀 더 디테일한 목표를 이야기 한다면, 동아시아 시장이 형성되고 그 중심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간혹 할리우드에 가고 싶지 않냐는 질문을 받는다. 난 동아시아 시장이 형성돼서 싸우고 싶다. 거대 시장의 자본을 받는 것보다 그게 좋다. 내가 처음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와 비교하면 아시아 시장이 커졌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 진 것이다."

강동원은 과연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사람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다만 스스로를 "사회성이 부족한 편이다"고 평가했다. '군도'에서 만난 하정우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날 '군도'에서 뛰어 놀 수 있게 해준 것 자체도 배울 만하다. 그리고 형(하정우)은 사회성이 좋다. 내가 30대고, 연기를 해 나가려면 형의 그런 점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군도'는 강동원의 복귀작이자, 그동안 갑갑하게 살아온 강동원을 조금은 편하게 해준 작품일 것이다. '사회성 좋은 형'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이 강동원에게 끼친 영향이다.

어쩌면 강동원에게 붙은 '신비주의'라는 수식어는 지나치게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동원은 "일종의 강박증이 있다"고 했다. 도덕적 결벽일수도 있고, 소문이 무성한 연예계에서 사소한 실수로 사라질 것 같다는 불안감일수도 있다. "그런 강박에서 오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있다. 어느 정도 타협을 해야 하는 게 그렇게 되질 않는다"는 강동원이었다.

[배우 강동원.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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