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성 이름아래 하나가 된 아름다운 은퇴식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지난 20일 오후 7시, 전북과 상주의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 경기가 펼쳐진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눈물과 환호가 교차했다.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한국 축구의 레전드 수문장 최은성이 마흔 셋 나이를 뒤로 하고 무거웠던 유니폼과 두꺼운 장갑을 벗었다.

이날 경기에 나서는 그의 유니폼에는 등번호 532번이 새겨졌다. 532는 최은성은 이날 경기까지 K리그 통산 출전기록이다. 1997년 대전 시티즌에서 프로 데뷔를 한 최은성은 2012년 전북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대전에서만 464경기를 뛰며 단일 팀 최다 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또한 K리그에서 김병지와 김기동에 이어 500경기를 넘은 세 번째 선수로 K리그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최은성은 이날 경기에서 전반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권순태에게 골키퍼 장갑을 넘겼다. 동료들은 놀라운 경기력으로 6-0의 대승을 일궈내며 그의 마지막 경기를 완벽한 승리로 장식해 주었다.

하프타임에 치러진 최은성의 은퇴식에는 최은성을 사랑하는 많은 이가 함께 해 더욱 뜻 깊은 시간이 됐다. 이날 행사에는 전북 뿐 아니라 그의 전 소속팀인 대전시티즌의 관계자와 팬들도 그라운드를 떠나는 최은성의 마지막 모습을 배웅했다. 대전 팬들은 대전 시절 최은성의 등번호인 21번과 ‘수호천황 최은성’이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내걸고 그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봤다.

대전의 김세환 사장은 직접 경기장을 찾아 꽃다발과 기념메달을 전달하며, 감사함과 미안함을 전했다. 이어서는 양 팀 서포터가 차례로 자신들의 머플러와 유니폼을 최은성에게 전달했다. 대전의 서포터는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하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그 눈물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대전 팬들의 마음은 뜨거워 질 수밖에 없었다.

18년이라는 시간을 대신하기엔 15분이란 시간은 짧게만 느껴졌지만 은퇴식이 남긴 여운은 길었다. 경기장에 모인 많은 사람은 하나가 되어 긴 세월을 뒤로하고 물러서는 최은성의 마지막을 진심으로 축하해줬으며, 영웅의 머리위로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그라운드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골키퍼 최은성의 모습을 이제는 볼 수 없지만 팬들의 마음속에 그는 영원한 '별'로 남을 것이다.

[최은성과 대전 김세환 사장(왼쪽). 사진 = 대전 시티즌 제공]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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