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가을 반딧불이', 이토록 따뜻한 진짜 가족의 힘 [MD리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연극 '가을 반딧불이'. 따뜻한 진짜 가족의 힘을 보여준다.

연극 '가을 반딧불이'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 분페이를 원망하며 삼촌 슈헤이와 함께 살아가는 청년 다모쓰와 어느 날 갑자기 이들을 찾아온 불청객 사토시, 마스미가 한 가족이 돼가는 과정을 그린다.

2013년 초연으로 시작한 연극 '가을 반딧불이'는 한국과 일본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정의신, 번역 명진숙, 연출 김제훈, 제작피디 김현민의 작품으로 이번이 세번 째 무대다. 화려하지 않지만 편안하고 조용한 정서가 관객들을 사로 잡았다.

'가을 반딧불이'는 소외된 사람들을 등장시키기에 더 마음 쓰이는 작품이다. 따지고 보면 소외됐다고 하기엔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기에 더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부분도 있다.

사실 누구나 이 세상을 살아가며 하나쯤은 아픔을 갖고 살아가지 않는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아름다운 것이고,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어가는 과정이 있기에 세상이 살만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게 인생이다.

그런 면에서 '가을 반딧불이' 속 인물들이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은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 와닿는다. 소소하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따뜻한 정서가 느껴지는 것이다.

특히 상대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상 날 서있는, 자신의 아픔을 속으로 꽁꽁 싸매려 하는 다모쓰도 결국에는 이들에게서 위로 받고 함께 사는 것을 택하는 과정이 돋보인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의 원망을 서서히 풀어가는 과정에서 분노할 땐 분노하고 슬플 땐 우는 솔직한 모습을 보이며 격한 공감을 느끼게 한다.

정상적인 가족 구성원이 아닌, 각자의 사연을 지닌 이들이 점차 융합돼 가는 모습 역시 감동을 준다. 이 과정에는 갈등도 있고, 오해도 있지만 이는 곧 서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장치가 된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싸우기도 하고 모진 말도 하지만 결국엔 함께 부대끼며 속내를 털어놓으며 한 가족이 되어 간다.

한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에 음식이라는 장치를 놓은 것도 '가을 반딧불이'에서 주목할 점이다.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요즘, 단체보다 개인이 중요시 되는 사회에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다모쓰와 삼촌만 먹던 국수를 사토시가 함께 먹게 되고, 그 식탁엔 마스미까지 앉게 된다. 이후엔 마스미가 전골 요리를 내놓고 이들은 국수가 아닌 또 다른 음식을 먹으며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마주 앉아 한 곳에 담긴 음식을 나눠 먹으며 결국엔 마음을 나누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지막 부분 다모쓰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뒤늦은 생일 선물로 슈크림빵을 전하는 것 역시 마음이 아리면서도 따뜻해진다. 다모쓰는 달콤한 것을 참 좋아하는, 사랑이 그립고 아직 어린 청년이다. 하지만 버림 받았고, 또 버림 받을지도 모른다는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날선 사람이 됐고, 이는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을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그랬던 그가 아버지에게 달콤한 사랑과도 같은 슈크림빵을 선물 받은 뒤 분노를 삭이고 환하게 웃는다. 슈크림빵을 한입 베어문 뒤 가을 반딧불이를 보며 그간의 상처를 씻어내고, 새로운 가족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역시 이들의 감정을 오롯이 전하며 감동을 더한다. 조연호, 김정호, 이도엽, 진선규, 김한, 오의식, 양소민, 정연, 김지용 등의 호연에 웃음은 배가 되고 이로 인한 가슴 따뜻한 감동 역시 더 커진다.

한편 연극 '가을 반딧불이'는 오는 2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한 달여간 공연된다.

[연극 '가을 반딧불이' 공연 이미지. 사진 = 조은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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