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을 흔든 것은 '축구문제'가 아니었다 [김종국의 사커토크]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사퇴를 발표했다. 대표팀은 브라질월드컵서 1무2패의 성적으로 H조 최하위를 기록하며 16강행에 실패했고 한국은 지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서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은 지난달 벨기에와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서 패하며 16년 만에 최악의 성적으로 월드컵을 마감했다. 홍명보 감독은 벨기에전 직후부터 사퇴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정확한 답변을 패했고 축구협회는 지난 3일 홍명보 감독의 유임을 발표했다. 홍명보 감독은 계약기간인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지휘하는 듯 했지만 유임 발표 후 1주일 만에 자신의 사퇴를 발표했다.

지난 1주일 동안 홍명보 감독과 대표팀 선수단은 월드컵 직후보다 더욱 거센 비난을 받았다. 특히 사생활에 대한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대표팀 소집기간 중 토지를 매입한 것까지 주목받아야 했고 대표팀 선수단의 회식 역시 논란이 됐다. 홍명보 감독은 자신의 토지매입에 대해 "개인적인 일이다. 비겁하게 살지는 않았다"며 "언론보도처럼 훈련장을 비우고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축구협회는 지난 9일 밤 홍명보 감독의 기자회견을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이어 홍명보 감독은 10일 오전 자신의 사퇴를 발표했다. 그 무렵 대표팀 선수단이 브라질월드컵 이구아수에서 가졌던 회식영상도 공개됐다. 회식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지만 국민의 기대치에 크게 못미치는 성적을 낸 상황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듯한 모습은 적절치 못하다는 비난이 컸다.

홍명보 감독이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이후에도 오해와 비난은 끝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이구아수에서의 회식에 대해 "벨기에전 이후 이구아수 캠프로 돌아왔다. 우리 선수들에게 이구아수 폭포를 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선수들이 더 이상 감독님에게 짐을 주기 싫다고 해서 가지 않았다. 그당시 사퇴를 마음먹고 있었기 때문에 이자리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선수들의 패배에 대한 슬픔이 커서 위로해주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대표팀 선수들이 이구아수 폭포서 찍은 사진이 인터넷상에 공개됐다.

홍명보 감독이 1년간 대표팀을 맡으면서 고민했던 부분을 털어 놓은 것에 대해서도 오해가 더해졌다. 소속팀서 매경기 출전하는 K리그 선수와 유럽에 진출했지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 사이에서의 선택의 문제였다. 홍명보 감독은 "우리나라의 A급 선수가 유럽에 가면 B급 선수가 된다"며 소속팀서 출전기회가 적은 일부 유럽파 선수들에 대한 고민을 나타냈지만 국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폄하하는 발언으로 와전됐다.

브라질월드컵이 끝난 후 일부 선수의 상황에 맞지 않는 SNS와 적절하지 못한 회식영상 공개 등은 대표팀에 대한 비난을 부풀렸다. 월드컵 무대서 16년 만의 최악의 성적을 거뒀지만 대회 결과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한 선수단의 모습은 그 동안 대표팀을 응원한 팬들에게 배신감마저 안겨줬다. 이는 더 큰 비난과 오해를 불러왔다.

축구협회는 벨기에전을 마친 후 사퇴의사를 나타낸 홍명보 감독을 설득해 유임을 발표했지만 결국 1주일 만에 홍명보 감독이 직접 사퇴를 발표했다. 홍명보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청소년월드컵 8강, 한국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 등의 성과도 냈다. 하지만 4년 마다 국민적인 이목이 집중되는 대회에서의 부진으로 인해 실패한 감독이라는 이미지를 남긴 채 24년간 몸담았던 대표팀을 떠나게 됐다.

[홍명보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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