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앙큼한돌싱녀', B급 로코가 통한 이유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MBC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극본 이하나 최수영 연출 고동선 정대윤)가 종영했다. 시종일관 유쾌함에 무게를 뒀던 이 작품은 대작들이 맞붙은 수목 안방대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24일 방송된 '앙큼한 돌싱녀' 마지막 회에서는 이혼 후 3년의 시간이 지나 다시 원점에서부터 일과 사랑을 만들어가는 두 주인공 차정우(주상욱)와 나애라(이민정)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두 사람은 사업의 성공과 함께 두 번째 결혼을 약속했고, 뱃속아기와 함께 행복한 미래를 그려갈 수 있었다.

굳이 따져보면 '앙큼한 돌싱녀'가 완벽한 얼개를 가진 로맨틱 코미디물은 아니었다.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지나간 감정이 되살아나는 등 등장인물들이 겪는 감정변화는 시청자의 공감보다 빠르게 진행됐고, 사건의 전개는 우연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재벌이 돼 돌아온 전 남편과 그의 회사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전 부인,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가는 연하남 재벌 2세라는 '앙큼한 돌싱녀'의 설정도 순정만화의 그것처럼 전형적이었다.

하지만 굳이 이것저것 흠을 잡아야 할 필요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유쾌한 드라마였다. 이런 가벼움과 투박함이 제작비만 100억을 넘어서는 무거운 분위기의 대작들이 경쟁상대로 나선 수목극 안방대전 속에 로맨틱 코미디 '앙큼한 돌싱녀'의 매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물론 이 만화 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 낸 공은 배우 주상욱과 이민정의 것이다. 첫 회부터 SBS '짝'을 패러디한 '짝꿍'이 등장하는 등 코믹 요소를 잔뜩 눌러 담은 '앙큼한 돌싱녀'에서 주상욱은 말 그래도 물 만난 고기처럼 날아다녔다. 재벌이 돼 돌아와 나애라를 향해 잔뜩 허세를 부리다가도, 말 한 마디에 좌절하고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 고민에 빠지는 등 천연덕스러운 찌질남 연기는 실제인지 가상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유쾌했다.

결혼 후 복귀작으로 '앙큼한 돌싱녀'를 선택한 이민정도 몸에 맞는 나애라 캐릭터를 만나 제대로 칼을 간 듯 억척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그려냈다.

분명 '앙큼한 돌싱녀'가 그 속에서 교훈을 찾거나, 지금 시대에 하나의 메시지를 던지는 유형의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앙큼한 돌싱녀'를 선택한 시청자들은 매주 수, 목요일 밤에 시원하게 웃을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 이 작품이 의도한 바는 이미 충족된 것이다.

'앙큼한 돌싱녀'의 후속으로는 배우 김명민이 주연을 맡은 MBC 새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이 오는 30일 첫 방송된다.

[배우 주상욱(첫 번째)과 이민정.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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