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만점' 오승택, 롯데에 찾아온 또 하나의 희망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한 시즌은 길다. 승리와 연결되진 못했지만 하나의 희망을 발견했다는 점은 분명 수확이다. 오승택의 맹활약이 롯데 자이언츠를 웃게 했다.

오승택은 청원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0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22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기대주다. 올 시즌 전까지는 입단 첫해(2011년) 1군에서 단 한 경기에 나선 게 전부였다. 그는 2011시즌을 마치고 곧바로 경찰청에 입대했다. 고교 시절 1번 타자 유격수를 맡았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보인 오승택을 일찌감치 군에 입대시키기로 한 것.

올 시즌을 앞두고 팀에 합류한 오승택은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눈도장을 받았고, 퓨처스리그 13경기에서도 타율 3할 1푼 7리 5타점 3도루로 준수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지난 16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그는 "이렇게 빨리 1군에 오게 될 줄 몰랐다"며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 다 소화해서 적응엔 문제 없다. 경찰청에서 간절함으로 2년을 버텼는데,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자신의 올 시즌 2번째, 통산 3번째 경기에서 잠재력을 보여줬다. 19일 잠실 두산전서 팀이 0-5로 뒤진 7회초 2사 2, 3루 상황에 김문호의 대타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는 두산 좌투수 이현승과 6구 끈질긴 승부 끝에 좌익선상 2루타를 터트려 주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데뷔 첫 안타와 2루타, 타점을 동시에 올린 순간. 추격의 시발점이 된 일타였다.

그리고 7회말 1사 1, 3루 위기 상황에서는 두산 4번타자 호르헤 칸투의 내야 플라이성 타구를 원바운드로 처리해 6-4-3 병살타로 연결했다. 공격에 이어 수비 센스까지 발휘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야말로 센스 넘치는 플레이로 이닝을 끝내버렸다.

팀이 4-5 한 점 차까지 추격한 9회초 그에게 또 한 번 기회가 왔다. 선두타자 박종윤이 상대 실책성 플레이에 편승해 3루타를 치고 나간 것. 그는 볼카운트 1B 1S에서 두산 마무리 이용찬의 공 3개를 연이어 커트해낸 뒤 6구째를 공략해 동점 좌전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전진수비를 펼치던 두산 유격수 김재호가 백핸드 캐치를 시도했으나 타구는 이를 외면했다. 잠실구장 3루측에 자리 잡은 롯데 팬들은 오승택을 연호했다.

물론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이승화 타석 때 1루에서 견제사를 당했다. 흐름이 끊겼다. 역동작에 걸렸는데 그야말로 간발의 차로 잡혔다. 김응국 코치와 김시진 감독의 항의도 소용없었다. 외국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도 의기소침해진 그를 위로했다. 팀이 9회말 공격서 끝내기 패배를 당해 2안타 3타점의 기쁨보단 아쉬움이 더 컸을 터.

하지만 더 큰 희망을 봤다. 아직 시즌은 113경기나 남아 있다. 견제사 하나로 좌절하긴 이르다. 오승택에겐 한 경기 2타석 이상 들어선 게 이날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2안타 3타점 맹타로 승부를 미궁 속으로 빠지게 했다. 특히 7회말 수비는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시도하기도 어려운 플레이였다. 투수 최대성은 격한 세리머니로 환호했고, 동료들은 그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네기 바빴다. 쉽지 않은 유격수 포지션에서 기대 이상의 몫을 해냈다.

한 시즌은 길다. 올 시즌 15경기 만에 보여준 오승택의 활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롯데에 또 하나의 희망이 찾아왔다.

[롯데 자이언츠 오승택.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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