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M.Butterfly', 이 매혹적인 인간 탐구 [MD리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연극 'M.Butterfly', 나를 속인건 나의 욕망.

연극 'M.Butterfly'(엠버터플라이, 이하 '엠나비')는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의 대표작으로 1986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형을 선고 받은 전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 브루시코와 중국 경극 배우 쉬 페이푸의 충격적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한 작품이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여주인공 중국인 송 릴링에게 반한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는 20여 년의 세월이 지난 뒤 국가기밀누설죄라는 죄목으로 체포되고,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되고 믿음이 무너지면서 혼란에 빠진다.

'엠나비'는 세기의 러브스토리 같다가도 자신이 만든 환상 그 자체를 사랑해버린, 한 인간이 아닌 자신의 욕망에 속아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가 매혹적이다. 이 과정에서 서양과 동양의 편견 및 조화가 적절히 언급되고 사랑을 넘어 인간 자체의 본성을 다룬다.

평범하던 르네는 송 릴링을 만나 인생이 바뀌어 버린다. 도도하고 우아한 송 릴링에게 사랑을 넘어 환상을 느낀 것. 올듯 말듯한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는 숨겨진 남성성을 이끌어낸다. 사랑이 환상으로 바뀌는 순간, 그의 욕망은 그의 이성을 가려 버린다.

도도하게 자신을 감추던 송 릴링은 그런 르네에게 끝내 자신의 수치심을 바친다. 그만큼 르네를 사랑하게 되는 것. 하지만 그런 송 릴링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관객은 혼란스러워진다. 결국 사랑과 환상, 욕망 속에 진실이 무엇인지 흐릿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기묘한 두 사람의 사랑 사이에서 환상과 욕망은 더욱 매혹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환상을 만들어내고, 그 환상에서 깨지 않기 위한 욕망이 결국 혼란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때문에 나를 속인건 나의 욕망이라는 문구가 더욱 와닿는다.

결국 '엠나비'는 순수한 사랑의 감정에서 시작해 인간의 본성, 즉 욕망에 대해 다룬다. 이 욕망은 남성과 여성, 서양과 동양 등을 아우른다. 이석준과 이승주의 르네, 김다현과 전성우의 송 릴링은 이런 복잡 미묘한 감정을 차분하면서도 압박적인 공기 속에서 완벽하게 표현한다. 손진환, 정수영, 이소희, 유성주, 빈혜경 역시 안정된 연기로 작품의 중심을 잡는 데 일조한다.

실화를 통해 인간을 탐구하고, 이와 함께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정확히 집어내는 '엠나비'는 베테랑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력이 더해져 관객들을 더욱 매료시키고 있다.

한편 연극 'M.Butterfly'는 오는 6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연극 'M.Butterfly' 공연 이미지. 사진 = 연극열전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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