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다가…' 불안불안 롯데 수비, 역전패 빌미 제공

[마이데일리 = 부산 강산 기자] 시즌 최소 실책으로 견고한 수비를 자랑하던 롯데 자이언츠의 체면이 이날만큼은 말이 아니었다. 계속된 실책은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롯데는 16일 부산 사직구장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전서 연장 접전 끝에 7-8로 졌다.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음에도 어처구니 없는 실수들이 발목을 잡았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을 포함해 나와서는 안 될 수비가 계속해서 나왔다. 초반 4점 차 리드를 날려버린 결정적인 이유였다.

롯데는 이날 전까지 단 4개의 실책만 기록했다. 지난해 실책으로 자멸하기 일쑤였던 롯데에 굉장히 의미 있는 지표였다. 유격수 문규현을 중심으로 탄탄한 내야진을 구축했다. 이날 1군에 등록된 오승택이 "수비가 잘 되고 있는데 내가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고 했을 정도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날은 달랐다. 롯데의 견고함과 거리가 있었다. 2회초 2사 후 모창민의 땅볼 타구를 잡은 문규현의 송구가 빗나가면서 시즌 5번째 실책이 나왔다. 그리고 후속타자 손시헌이 볼넷으로 걸어나가 2사 1, 2루 위기에 직면했다. 김태군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 실점을 막았지만 롯데로선 가슴이 철렁했던 장면이었다.

3회말은 그야말로 실책 퍼레이드였다. 선두타자 박민우가 3루타를 치고 나간 뒤 이종욱이 2루수 방면 땅볼을 쳤다. 한 점을 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2루수 정훈이 이 타구마저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해 이종욱을 살려줬다.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발 빠른 타자가 출루했다. 이후 NC는 김종호의 안타로 1, 2루 기회를 만들었다.

여기서 치명적인 실수가 또 나왔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었다. 나성범 타석에서 롯데 선발 김사율의 2구째 떨어지는 변화구를 장성우가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고 뒤로 흘렸다. 여기까진 좋았다. 다음이 문제였다. 장성우가 공 위치를 찾지 못했다. 그 사이 주자들은 두 베이스씩 진루했다. 2루 주자 이종욱이 홈을 밟았고, 김종호는 3루에 안착했다. 이호준의 희생플라이로 김종호마저 홈을 밟았다. 그야말로 쓸데없는 점수를 준 셈이다. 여기까지 김사율의 3실점 중 자책점은 1점뿐이었다.

4-5로 역전을 허용한 6회초 2사 2루에서 NC 박민우의 우전 안타가 터졌다. 2루 주자 김태군이 홈에 들어오기는 쉽지 않은 상황. 하지만 중계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또 한 번 불필요한 실점이 나왔고, 곧이어 이종욱의 3루타까지 터졌다. 어김없이 추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순식간에 4-7로 점수가 뒤집어졌다.

롯데는 6회말 곧바로 3득점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다. 하지만 승리와는 입을 맞추지 못했다. 2회와 3회 대량 실책이 나오지 않았다면 진작 경기를 끝냈을 수도 있다. 그런데 1회부터 대량 득점에 성공, 4-0까지 앞서고도 어이없는 실책 릴레이에 분위기를 완전히 넘겨줬다.

결과적으로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았지만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건 분명하다. 심기일전할 때가 왔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오늘 경기는 털어버리고 내일 준비 잘하겠다"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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