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큼한 돌싱녀’ 상큼한 돌싱남 주상욱[김민성의 스타★필]

[김민성의 스타★필(feel)]

자고로 남자를 가장 설레게 하는 여자는 ‘방금 만난 여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경제적 이유로 인해 이혼율이 높아지고, 조강지처(糟糠之妻)라는 개념도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전 부인에 집착하다 상사병까지 걸린 남편이 있다. 특히 생활고로 인해 자신을 훌쩍 떠난 아내에 대한 복수심으로 큰 성공을 거둔 남자가 그러하다.

종영을 앞둔 드라마 ‘앙큼한 돌싱녀’에 출연중인 주상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질한 고시생 차정우(주상욱)와 고시촌 마돈나 나애라(이민정)는 사랑해 결혼하지만, 계속되는 사업실패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관계마저 악화되며 헤어지고 만다. 그러나 몇 년 후 차정우는 국민 어플을 만든 개발한 벤처사업가로 화려하게 등장하고, 전 부인 나애라는 그 회사 인턴으로 입사해 여러 사건사고를 거치면서 둘의 재결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남남이 된 부부의 가슴 떨리는 두 번째 로맨스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르지만 통통 튀는 흐름과 톡톡 튀는 캐릭터로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특히 주상욱의 선전이 볼 만한다. 겉으로는 반듯해 보이는 사업가지만, 전 부인을 잊지 못해 코믹하고 지질하게 주위를 맴도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매끈한 외모와 중저음의 목소리로 주로 맡았던 ‘실장님’ 전문 배우라는 꼬리표는 확실히 떼어낸 것 같다.

대개의 드라마에서 ‘실장님’은 현대판 신데렐라의 왕자님 같은 존재다. 약하고 어여쁜 여주인공을 든든하게 감싼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주상욱은 실장님 보다 높은 사장님이 됐는데도, 깨방정 허당 연기를 펼치며 큰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인턴으로 전락한 전 부인에게 여전히 쩔쩔매며 모성애까지 자극하게 한다.

평소 진중한 표정과 중저음의 목소리를 유지하지만 전부인 앞에서는 정신줄도 놓고 다시금 허술해지면서 지질하게 높아지는 목소리톤 하나로도 맛깔스럽게 코믹 연기를 잘 살린다. 표정변화조차 자유자재다. 화면 프레임 안에 가득 담기는 클로즈업에도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더 적나라하게 망가져주니 극의 재미를 살리고 있는 일등공신 노릇을 톡톡히 한다.

사실 주상욱의 허당기는 그동안 예능을 통해 종종 포착됐다. 프로그램 성격에 맞게 망가짐을 자처하는 그는 쉼 없이 수다를 늘어놓는다거나,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호쾌하게 풀어놓는 모습에서 인간미가 물씬 풍겼다. ‘힐링캠프’에 출연해 이상형이 ‘화려한 글래머’라는 용감무쌍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작 드라마인 ‘굿닥터’에서 샤우팅으로 화내는 깐깐한 의사 김도한 역을 맡아 ‘욱상욱’이란 별명도 얻었지만, 실제 성격 또한 약간 다혈질에 감정 표현이 거침없이 솔직한 사람이기에 인간적인 매력이 더욱 풍긴다.

이런 주상욱의 실제 성격이 널리 알려졌기에 드라마 속 차정우에 더욱 호감이 가는 것이다. 훤칠한 미남형 배우가 아줌마 수다본능이라니, 외모와 성격이 상반된 반전매력에 더욱 끌리는 것이며, 그런 실제 모습이 백분 반영된 차정우 또한 친근하고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주상욱은 어떤 인터뷰에서 최종 목표는 ‘잘생기고 연기 잘 하는 배우’가 꿈이라고 했다. 태생적으로 잘 생겼고, 연기력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러 시청자를 쥐락펴락할 수준에 올라섰으니 그 꿈을 충분히 이룬 듯하다. 앙큼한 돌싱녀 이민정 보다 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상큼한 돌싱남 주상욱이 더 큰 사랑을 받기를 기대한다.

['앙큼한 돌싱녀'에 출연 중인 배우 주상욱. 사진 = MBC 제공]

최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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