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도 연기도 참 좋은 배우 ‘참 좋은 시절’ 이서진 [김민성의 스타★필]

[김민성의 스타★필(feel)]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미화되고 조작된다. 그래서 옛사람과의 재회는 마냥 아름답지 않다. 세월의 흔적으로 그 시절보다 덜 찬란한 모습으로 마주 설 것이고, 서로의 기억 조각을 맞춰보면 어긋나기 마련이다.

여기 15년 만에 재회한 첫사랑 커플이 있다. 경주 최고 부잣집 딸이었던 여자는 억센 대부업체 직원으로 전락했고, 여자 집 식모 아들로 비천했던 남자는 반듯한 검사가 되어 고향인 경주로 금의환향했다.

KBS 주말 드라마 ‘참 좋은 시절’은 남녀주인공 강동석(이서진)-차해원(김희석)의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무자식 상팔자’, ‘인생은 아름다워’, ‘부모님 전상서’, ‘목욕탕집 남자들’ 등 명품 가족 드라마를 주로 만들어온 삼화네트웍스의 야심작이다. 시청률 50%에 육박했던 ‘왕가네 식구들’의 후속 드라마인 ‘참 좋은 시절’은 첫 회부터 시청률 20%를 가볍게 넘기더니, 방영 6회 만에 30%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억지 설정이나 막장 전개 없이도 따뜻한 착한 드라마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등장인물들의 면면만 봐도 선하고 훈훈하다. 차갑고 도도해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미와 정의감을 갖춘 강동석을 비롯하여 병석에 누운 까칠한 시아버지와 푼수 끼 있는 남편 첩, 배다른 의붓아들까지 품은 동석의 엄마 장소심(윤여정), 7살 지능이지만 한없이 순수한 동석의 쌍둥이 누나 강동옥(김지호)까지 정감 있고 푸근하다.

특히 이서진이 맡은 강동석의 캐릭터는 특별하다. 고향과 가족을 15년간 등졌던 냉랭한 인물이었지만, 점차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회개하여 가족의 가치와 위대한 사랑을 절감하게 될 인물이다. 이서진은 안정적 연기력으로 절제된 대사 표현과 진중한 표정으로 캐릭터를 잘 살려내고 있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뜨거운 불이 아닌 차디 찬 물 같은 깊은 연기력을 뽐내고 있다.

금융권 재벌 2세, 미국 명문대 출신의 엄친아 등 그동안 이서진의 이미지는 근접하기 어려운 엘리트 함이 있었다. 맡은 역할도 ‘다모’, ‘불새’, ‘연인’, ‘ 이산’, ‘혼’, ‘계백’ 등 왕이나 귀족, 재벌 등 묵직하고 진지한 역할이 주였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는 다르다. 태생이 귀족이 아닌 자수성가형 출세로 남모를 아픔과 노력이 수반된 복합적인 인물이다. 그러기에 겉으로 도도 까칠해 보이지만 사실은 정 많고 누구보다 인간적인 그런 사람이다.

남성적이지만 한편으로 곱상해 보이는 외모는 캐릭터 설정에 큰몫을 한다. 각진 얼굴형과 반듯한 이마, 날카로운 콧날은 도시적인 냉 미남으로 보이지만, 두툼한 눈 밑 애교살이나 푹 파인 보조개는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는 의외의 매력을 발산한다.

이서진의 의외의 매력은 tvN ‘꽃보다 할배’를 통해서도 잘 드러났다. 시즌3까지 제작된 이 프로그램에서 이서진은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평균 연령 77세의 대선배들의 여행 짐꾼으로 시청자들에게 한층 다가섰다.

할배들 앞에서는 우직함과 충직함이 보이지만, 어이없는 몰래 카메라에 당하거나 나영석 PD에게 어기장을 부리는 모습은 너무 인간적이기에 반전 매력이 있다. 하늘 같은 대배우들에게 비록 살가움이나 공치사는 없지만, 식주(食住)에 불편함이 없도록 동동거리며 배려하기에 더욱 빛난다.

스펙도, 연기도 참 좋아 보이는 배우 이서진. 연기도 인간성도 담백한 이 배우가 연기자로서 더 좋은 시절이 오길 기대해본다.

[배우 이서진. 사진 = KBS 제공]

전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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