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박혜나, "옥주현과 비교? 부담 느낄새 없이 즐거워" (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배우 박혜나에게 오디션은 취미나 다름 없었다. 그만큼 많은 오디션에 도전했고 다양한 작품을 만났다. 그런 만큼 뮤지컬 '위키드'의 오디션 역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박혜나는 오디션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는 기뻤지만 꼭 자신이 뽑혀야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역할은 자신이 찾아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가 되고 기회가 맞는다면 자연스레 와주는 것이라는 신념 때문이었다.

오되션 결과, 박혜나는 '위키드' 속 엘파바 역에 낙점됐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위키드' 출연 배우. 그 중에서도 주인공 엘파바 역을 맡은 박혜나는 큰 무대 위에서 큰 배우로 더욱 성장하고 있다. 최근 마이데일리와 만난 박혜나는 '위키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에 큰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박혜나는 오디션 당시를 떠올리며 "안무를 주면 안무가가 준대로 열심히 따라서 했었고 음악이 오면 음악을 느끼는대로 가사를, 드라마를 해석한대로 연기를 했다. 내가 느끼는 느낌이 있는데 그 느낌대로 매 단계 단계마다 최선을 다 했던게 저한테는 오디션의 팁이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 순간에 집중했고 순간을 즐겼고 그 환경을 만들어줬다. 워낙 팀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떨리는 긴장감이 있었지만 좋은 긴장이었다. 날 평가할 것이 아니라 서로 알아가는,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오디션이었다. 그런 긴장감이 되게 좋았다"며 "'위키드'를 한 번 봐서 잘은 몰랐다. 근데 노래를 부르고 나면 그 드라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캐릭터의 목표나 동기에 대한 설명이 노래를 통해 이뤄졌다. 배워가는 오디션이었다. 그 즐거움 때문에 길면 길수도 있는 오디션 기간이었는데 즐거웠다"고 밝혔다.

그렇게 박혜나는 엘파바를 만났다. 오디션 기간 동안에도 이미 한단계 성장했던 만큼 연습 전 박혜나는 그 누구보다도 벅차 있었다. 하지만 공연 전부터 관객들은 엘파바 역에 캐스팅된 박혜나와 옥주현을 비교했다. 때문에 그들의 부담감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박혜나는 "연습이 힘들었던 관계로 부담을 느낄 새도 없었다. 부담을 느낄 여유가 없었고 그냥 즐거웠다. 솔직히 연습하기 전 뽑히고 나서는 부담이 됐다. 내가 오디션을 봐서 엘파바 역에 뽑혔는데 '위키드'는 누구나 알지 않나. 심지어 배우들이 다들 하고싶어 했던 역할이다. 근데 사람들은 날 잘 몰랐다. '얼마나 잘하길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부담이 됐다. 실력으로 모두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어디 하나 기댈데가 없었다. 연습만이 살 길이었고 오히려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옥주현과의 비교 역시 박혜나가 풀어야 할 숙제였다. 하지만 박혜나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옥주현과 하는게 부담되지 않냐고 하는데 나한테 옥주현은 잘 하는 분이다. 그 분은 그 분이다. 이기려고 하거나 잘 하려고 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 분과 비교를 하는건 아닌 것 같다"며 "나는 나의 진정성을 갖고 엘파바를 보여줘야 한다. 옥주현은 잘 하고 이미 인정 받는 배우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인데 그런 분과 같이 엘파바를 연기하는 것은 좋은 동료를 만난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나한테 좀 부족한게 욕심이다. 좋은 욕심은 있는데 경쟁심을 느끼지는 않는다. 누가 잘 되면 정말 좋다. 솔직히 '위키드' 배우들은 다 너무 잘해서 '위키드'라는 공연 자체가 잘 됐으면 좋겠다. 서로가 잘 해야 한다. 나 혼자만 무대에 설 수 없는 것이다. 모두가 동료이기 때문에 모두 잘 해야 한다. 너무 좋은 동료를 만나게 되면서 여러가지를 보고 배우게 되니 즐겁다. 좋은 기회고 경험이었던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기 발전을 위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을 보냈겠나.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

실제로 박혜나는 동료들과 함께 작품 자체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다른 공연보다 더 빠르게 돌아가는 공연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무대 전환, 의상 체인지가 많아 정신 없지만 그런 만큼 서로가 지켜야할 많은 약속을 지키며 더 단단해지고 있다.

"무대 안, 음악 안, 배우 안에서 정말 많은 준비를 했다. 사실 연습시간은 부족했는데 많은 크리에이티브 팀들이 오셔서 많은걸 주고 갔다. 그러다 보니 각기 다른 분야에서 많은 분들을 만났고 그 분들이 주신걸 다 수렴해서 다 익힐 수 있었다. 관객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내겐 '위키드'를 만난 것 자체가 정말 행복하고 영광스럽다. 동료들 모두가 행복해하는 작품이다. '위키드'를 사랑하는 마음을 관객들에게도 빠짐 없이 전달해 드리고 싶다. '위키드' 공연을 하러 올 때마다 정말 행복하다."

한편 뮤지컬 '위키드'는 브로드웨이에서 10년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형 히트작이다. 고전 '오즈의 마법사'의 이전 이야기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베스트샐러 '위키드'를 기반으로 했다.

뮤지컬 '위키드'는 오는 26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위키드' 박혜나. 사진 = 설앤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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