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박혜나·김보경, 진짜 엘파바·글린다라 가능한 뭉클함 (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위키드'의 엘파바와 글린다는 첫만남에선 서로를 향해 "밥맛"이라고 외치지만 이후 그 누구보다도 절친한 사이가 된다. 주위 환경 때문에 서로 다른 길을 걷고 말 못할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가게 되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해, 또 자신을 위해 희생하고 성장하는 모습에선 벅찬 감동이 몰려온다.

뮤지컬 '위키드'는 브로드웨이에서 10년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형 히트작이다. 고전 '오즈의 마법사'의 이전 이야기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베스트셀러 '위키드'를 기반으로 했다. 한국 초연 소식이 알려지면서 출연 배우들에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했다. 엘파바와 글린다, 두 인물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했고 실력파 배우들이 아니면 안됐다.

그 결과, 박혜나와 옥주현이 엘파바 역, 김보경과 정선아가 글린다 역에 캐스팅 됐다. 그 중에서도 박혜나와 김보경의 캐스팅은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옥주현과 함께 엘파바 역을 맡게된 박혜나의 등장과 다소 여린 캐릭터를 맡아왔던 김보경이 통통 튀는 글린다 역을 맡게 됐다는 것은 그 조합만으로도 신선함을 줬다. 뚜껑이 열리고 현재 박혜나, 김보경은 '위키드'를 이끄는 일등공신으로 관객들에게 뜨거운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동갑내기 박혜나와 김보경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로 가득찬 모습을 보였다. '위키드'를 통해 처음 만난 두 사람이지만 극중 엘파바와 글린다 만큼 서로를 존경하고 믿고 좋아하고 있었다. 이는 짧은 일정, 만만치 않은 연습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를 진짜 엘파바와 글린다로 봐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 "진짜 엘파바와 글린다로 만나게 된다"

박혜나는 뮤지컬 '미스사이공', '레베카'를 통해 김보경을 관객의 입장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작고 여린 여배우의 임팩트가 상당했단다. 박혜나는 "깊이 있고 밀도감 있게 쭉 끌어가는 모습을 보며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다"며 "'위키드'를 통해 만나니 역시나 자기가 해야할 일을 프로답게 하는 친구였다. 동갑인데도 불구 배울 점이 많다. 일 하면서 더 얻어가는 것들이 많다. 첫인상과 다르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김보경은 그간 박혜나의 공연을 본적이 없다며 살짝 미안해 했다. 도대체 '위키드'의 엘파바 역은 누가 될까 궁금하던 찰나에 박혜나의 캐스팅 소식을 들으면서 '누구지? 얼마나 잘 할까?'하는 궁금증이 커졌다. 이후 만난 박혜나는 공연계에서 쉽게 만나지 못했던 동갑내기였고 연습 당시 단 한번의 노래만으로도 '어디서 나타났지?'라는 생각을 하게할 정도로 실력파였다.

김보경은 "노래를 시원하게 너무 잘 하더라. 혜나 노래를 처음 듣는 순간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정말 기대가 되고 앞으로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됐다"며 "워낙 인성도 훌륭하다. 앞으로도 혜나랑은 좋은 동료로서 친구로서 잘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혜나는 "끼리끼리 논다"며 농담을 건네 서로를 칭찬하는 다소 오글거릴 수도 있는 상황을 재치있게 넘어갔다.

"서로를 견제하는 경우는 없냐고 묻는데 신기한게 진정한 우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그 부분이다. 보경이가 나한테 잘 됐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런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다. 말로만이 아니고 항상 무대에서도 느껴진다. 신기하다. 서로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지니까 신기하다. 사실 연습을 많이 하느라 사적인 얘기를 나눌 시간은 없었는데 오히려 공연에는 좋았다. 캐릭터를 공유하고 그에 대해 교류하는 시간이 더 많다보니 진짜 엘파바와 글린다로서 만나게 된 것 같다. 느낌 아니까."(박혜나)

▲ "눈물 참으며 웃어주는 모습에..", "알고 있었어?"

엘파바와 글린다로 무대에 서는 순간. 박혜나와 김보경은 진짜 친구가 된다. 서로를 바라보며 가슴 벅차기도 하고 슬픈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엘파바와 글린다의 첫만남부터 마지막까지 그 과정에서 서로의 교집합을 이루게 되면서 애써 눈물을 참기도, 웃어 보이기도 한다.

박혜나는 "눈을 보면 감정이 쌓이면서 어느날은 훅 하고 다가와서 제 감정을 막 건드린다. 하지만 (김)보경은 참 울면서도 노래를 잘한다. 서로 울음을 참고 감정 몰입에 도움을 주려고 항상 신호를 보낸다. 그럼 보경이가 눈물을 참으면서 웃어준다"며 "무대란 것이 그렇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고 뒷받침 해줘야 한다. 그걸 느꼈을때는 무대가 두렵지 않다. '내 옆엔 네가 있구나' 든든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보경은 "그걸 알고 있었어?"라고 말하며 놀랐다. 자신의 웃는 모습만을 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박혜나는 김보경이 자신을 신경 써주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으니. 김보경은 또 한차례 감동한 듯 미소를 지었다.

"엘파바의 노래를 듣다 보면 저절로 눈물이 나고 뭉클한 장면들이 참 많다. 연습 때도 짠한 마음에 눈물이 마구 쏟아질 때가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를 부를 때다. 혜나의 목소리와잘 맞는 것 같다. 엘파바 혜나의 목소리와 노래, 장면들이 너무나 멋지다. 같이 춤 추는 장면에서도 집중을 많이 한다. 교감하기 위해서는 늘어지지 말아야 하는데 음악대로만 표현해도 다 끌어가게 된다. 감정에 더 집중한다."(김보경)

▲ "항상 변하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싶다"

'위키드'를 통해 서로에 대한 감동을 거듭하고 있는 박혜나와 김보경. 그런 만큼 서로에게 배우고 싶은 점도 많다. '위키드'를 하면서 좋은 사람들, 좋은 배우들을 만났고 자신의 감정을 함께 느껴주는 동료들과 관객들에게도 항상 고맙다.

박혜나는 "(김)보경이는 일을 너무 사랑하고 열정이 있다. 그 열정이 주변으로 또 느껴진다. 그래서 솔직히 힘든 날도 연습을 대충 할 수 없다. 그만큼 소중한 작업이니까. 이 작고 마른 친구가 그런 공기를 만들어준다"며 "그 힘이 되게 크다. 이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면 든든하다"고 털어놨다.

김보경은 "혜나와는 동갑인데 굉장히 생각이 깊다. 작업을 하다보면 어떤 것에 의해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혜나는 흔들리지 않는 촛불 같다. 강인함이 있다. 자신만의 굳은 심지가 있어서 상황이 어떠한들 그걸 끝까지 갖고 간다"며 "이러기가 쉽지 않다. 특히 배우들은 되게 예민해서 조금 힘들거나 주변에서 어떤 얘기가 들려오면 흔들리게 되는데 이 친구는 그런게 없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딱 버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한단계 성장했다. 극중 엘파바와 글린다의 성장도 돋보이지만 박혜나와 김보경의 성장에도 관객들은 매번 놀라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위키드'를 통해 배우로서, 한 사람으로서 더욱 성숙된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나고자 한다.

"항상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속 해왔던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하면서 감사해하는 것, 그게 다다. 좋은 사람이 되고싶다. 내게 '위키드'란 행복, 감사다. 떠오르는 단어가 모두 현실적이 행복, 현실적인 위안, 현실적인 감사다."(박혜나)

"나도 큰 욕심 없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나이 들어서까지 계속 뮤지컬을 하는 것이 내 꿈이다. 그 나이에 맞게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작품 활동을 하고싶다. 꾸준히 지킨다는게 어렵다. 주어진 상황으로 인해, 또 자신에 의해 변하기 쉬운데 그 모든 것들을 무대 위에서 계속 하면 좋겠다."(김보경)

한편 박혜나, 김보경이 출연하는 뮤지컬 '위키드'는 오는 1월 26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위키드' 박혜나(맨 위사진 왼쪽), 김보경. 사진 = 설앤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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