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합천군] 해인사 장경판전

가야산 자락에 자리한 해인사는 자연을 활용한 선조의 지혜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몽골의 침입을 막으려는 신념이 깃든 고려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법보사찰이다.

경남 합천군 가야면에 자리 잡은 해인사는 지리적으로는 경남과 경북이 서로 잇대어 있는 지역이다. 또한 해인사를 품고 있는 가야산은 북으로는 성주와 고령, 남으로는 거창과 합천의 네 군 사이에 우뚝 솟아 경상도를 남북으로 가르고 있다.

신라시대에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 해인사에는 부처님의 말씀을 8만 1528판에 달하는 경판에 기록한 세계기록유산 고려대장경(국보 제32호)과 대장경을 봉안한 장경판전(국보 제52호)이 있다. 장경판전은 1995년 종묘, 불국사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고려대장경을 보관하기 위해 건축한 장경판전이 처음 세워진 연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조선 초 무렵인 1488년쯤으로 여겨지며, 여러 차례 부분적인 중수를 거쳐서 오늘에 이르렀다. 대적광전 뒤 가파른 계단 위에 '八萬大藏經'이라는 현판을 단 문 뒤에 있는 네 건물을 포함한다. 크고 긴 두채의 건물에 고려 대장경이 모셔져 있다. 앞 건물이 수다라장, 뒤의 건물이 법보전이다.

장경판전은 대장경을 보관하는 데 필요한 기본 구조만 갖추고 장식이 적어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나 건물의 위치, 건물 배치와 좌향, 건물 구조와 창호, 판가(板架)구조, 경판 배열 등을 살펴보면 대단히 과학적으로 설계되었음을 알 수 있다. 대장경 750년 보존의 비밀이 숨어 있는 대목이다. 장경판전이 없었다면 인류는 세계 최고의 기록유산인 고려대장경을 감상하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해인사에는 조선 후기에 일곱차례 불이 났으나 신기하게도 장경판전에는 불길이 미치지 않았다고 전한다.

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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