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제가 트로트계 엑소에요" (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1년 365일, 자신의 목소리를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간다는 박주희는 벌써 14년 차 트로트 가수다.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가장 좋다는 그녀는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고. 요즘 인기 절정이라는 아이돌 그룹 엑소 만큼이나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어르신들이 떼창(단체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하세요. 올스탠딩에 어느 소녀팬보다 격하게 노래를 부르시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세요. 심지어 그 순간에는 국회에 나가도 당선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니까요. 더구나 어르신들은 술을 드시고 오셔서 30분 이상 춤도 추세요. 힘도 얼마나 세신지 당해내질 못한다니까요. 제가 바로 트로트계 엑소에요”

지극히 아이돌 일색인 최근 가요계에서 트로트가 설 자리를 점점 잃어 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박주희는 트로트에 대한 사랑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사실 아이돌 가수가 나오면 어르신들은 ‘멍’하고 계실 때가 정말 많아요. 손주벌 예쁜 아이들이 나와서 노래를 하긴 하지만 공감이 안 되잖아요. 어르신들을 위한 노래는 단연 트로트에요. 비율적으로 봤을 때도 트로트를 듣는 음악팬들이 아이돌 팬들에 비해 적지 않은데 트로트 가수들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는 게 안타깝긴 하죠”

고구마 축제면 고구마 밭에서, 계곡이라면 큰 바위가 무대가 된다. 소, 개, 고추 등 다양한 특산물들의 행사에 초대돼 별의 별 장소에서 노래를 해 봤다는 박주희는 재밌었던 공연 일화도 들려줬다.

“예전에 고추 축제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 고추가 종류별로 다 전시 되어 있는 거에요. 제가 올라갔던 무대에도 고추가 잔뜩 있었는데 그 매운기가 올라와서 너무 매운 거에요. 심지어 사회자 분이 오셔서 고추 한 번 먹어보라고 하셔서 먹었는데 정말 너무 매웠어요. 얼굴 빨개져가지고 물 먹으면서 노래를 마쳤죠”

박주희는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트로트 가수들에게 존경심을 표현했다.

“어떤 분들은 자기 몸 값을 높이기 위해서 예능에 나가고 그러지만 트로트 가수 분들은 다 알고 계세요. 무엇보다 선배님들은 음악을 좋아하시고, 그래서 노래하는 무대를 찾아가는 거에요. 어떤 연예인이 되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자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과 소통하는 진정한 가수가 되고 싶은 거에요. 어르신들과 손도 잡고 춤도 같이 추면서 그런 가수가 진짜 가수라고 생각해요. 무대가 크건 작건 상관하지 않아요. 음악을 사랑하는 우리 트로트 가수들이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는 무대에 서면 정말 행복하다는 박주희는 천생 가수다. 관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그녀는 누구보다 순수하고 깨끗한 미소를 보이며 맑은 눈을 빛냈다.

[트로트 가수 박주희.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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