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영, "배우 직업 불안해 부유한 남자 원했다" (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결혼.. 왜 못할까요?"

배우 황인영(36)은 현재 연극 '연애시대' 무대에 오르며 연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 연애관도 조금은 바뀌었고 사랑에 대해서도 더 깊게 생각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해서도 더 솔직히 말할 수 있게 됐다.

황인영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확실히 연극 제목부터가 '연애시대'이다보니 연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밀당하고 이런거는 원래도 못했지만 이제는 더 하기 싫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그냥 좋아하면 나는 100% 좋아한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연애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연애시대' 두 남녀처럼 그렇게 망설이며 연애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며 "좋으면 가보고 아닌 길도 사실은 가봐야 진짜 아닌걸 안다. 뭐든 끌리는대로 하고 최선을 다해서 한다. 아니라고 느꼈을 때 털고 돌아오는게 맞다. 이제는 서로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사람과 연애하고 싶다"고 밝혔다.

'연애시대'에서 황인영이 연기하는 하루는 밝고 사랑스럽지만 이혼과 아이를 잃었다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인물. 황인영은 하루에 대해 "겉으로는 정말 밝고 명랑해 보이고 전남편 리이치로와 티격태격하며 밝은 모습을 보이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져 있을 것 같다. 정상은 아닐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인영은 아이를 잃은 하루를 연기하며 감정적으로도 힘들었다. 그는 "극중 남편과의 이혼은 연인과의 헤어짐과 비슷한데 아이를 잃은 감정은 약간 힘들더라. 아이가 유산이 된 것도 아니고 막달에 사산이 된 그 감정은 정말 애를 낳아보거나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는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 슬픔은 대략 알겠지만 참 어려운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황인영이 연기하는 하루는 큰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 이에 황인영의 트라우마는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그는 "결혼을 왜 못할까? 왜 안 될까?"라고 답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충분히 정성을 다 해 만났는데 왜 이렇게 인연이 안 나타날까. 서른 때쯤 결혼을 하려고 했다. 누구나 다 하는거라고 생각했다. 내 동생이 25살에 결혼했고 막내도 얼마전에 결혼했다. 사실 30대 초반에는 당연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당당했는데 1년, 2년 계속 지나니 '왜 안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는 '결혼을 못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해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 역시 트라우마가 되지 않을까."

황인영은 트라우마에 솔직했다. 답하기 꺼려질 수 있는 부분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화끈한 성격을 지녔기 때문. 그런 그녀의 이상형은 어떤 남자일까. 그는 "사실 어릴 때는 안정적인 남자, 부유한 남자를 더 선호했던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이 불안하기도 했고 내가 어릴 때부터 일을 해서 집안 식구들을 다 부양했다. 그래서 나도 이제 내 남편한테 의지하고 싶다는게 너무 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30대 초반에 대학원을 다시 가면서 다른 세계에 눈을 돌리게 됐다. 연극을 하게 된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면서 더 성숙해진 것 같다. 안정적이고 부유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조금은 서로 기본적인 소통이 되고 비슷한 일을 하면서 약간 덜 먹고 덜 쓰더라도 뭔가 같이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욕심이 되게 많이 생겼다. 사실 아직도 연예인과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 근데 요즘엔 공연 쪽을 보고 하면서 창작하는 직업이 좋더라. 공연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면 내가 연기하는 것, 감성도 이해해 줄 것 같다. 또 내가 힘들 때 같이 이야기 하고 친구처럼 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황인영은 자신에 대해 "성숙한척 하지만 보통 사람들보다 뭔가 어리다. 재미 있게 사는게 최고라고 생각하니까"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정신 바짝 차리고 해야 한다"고 말하며 일에 대한 열정과 무르익은 성숙함을 드러냈다. 트라우마를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숙해지는 배우 황인영의 앞으로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황인영이 출연하는 연극 '연애시대'는 사랑으로 만난 두 사람이 헤어졌지만 서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간직하는, 헤어지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를 그린 작품이다. 황인영을 비롯 심은진, 손지윤, 조영규, 김재범, 이신성, 이원, 채동현, 소정화, 이수진, 윤경호, 황미영이 출연한다.

연극 '연애시대'는 12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배우 황인영.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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