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준기가 악플을 찾아 읽는 이유 (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악플은 누구나 다 받는 거잖아요. 저는 유난히 많이 받던 시기도 있었고, 이제는 그걸 좀 발전적으로 수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배우 이준기(31)는 유독 팬과의 소통이 많은 배우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차기작에 대한 의견을 팬에게 묻기도 하고, 팬미팅 등 행사도 유난히 공을 들여 진행하는 편이다. 소통의 접점이 넓은 이준기이기에 배우 개인이 직접적으로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악플을 접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준기는 MBC 드라마 '투윅스' 종영 후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악플마저도 찾아서 읽고 있다고 고백했다.

"대중의 반응을 계속 체크하는 이유는 제가 능력이 많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더 피드백을 받고 싶기도 하고, 비판하는 글도 발전적으로 나아가려면 일찍 듣고 고쳐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사람인데 기분은 나쁠 수 있죠. 하지만 그것까지 제가 성장하는 자양분으로 삼고 싶어요."

그런데 다양한 평가, 질책과 함께 해 온 배우 13년차 이준기에게도 댓글을 읽기가 두려운 순간이 최근 있었다. 바로 '투윅스'의 첫 회가 방송된 직후였다.

"많이 쏟아 부은 작품이라 평가가 더 두려웠어요. 처음 '투윅스' 시놉시스를 받고는 고개를 저었거든요. 이 작품은 인간의 휴머니즘을 보여줄 수 있는 연륜 있는 배우가 맡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 소현경 작가님이 '나는 대중이 생각하는 이준기를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돌리니 작품 합류를 결정하는 데엔 4일 밖에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의 고난이 시작됐죠."

스타작가 소현경이 이준기를 극중 도망자 장태산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혹독했다. 연기력으로 비판을 받은 경험은 많지 않은 이준기였지만, 소현경은 그의 빈틈을 정확히 지적해냈다.

"대본리딩 때부터 지적의 연속이었어요. 그래도 다른 작품 대본리딩을 할 때는 칭찬을 듣기도 했는데, 소현경 작가님은 대본 매 페이지마다 지적을 하셨어요. 오죽하면 대본리딩 후에 작가님과 PD님에게 '살려 달라'는 말까지 했죠. 그리고 작품이 시작하기 전에는 제 역할을 드라마 '추적자' 속 배우 손현주 선배님의 역할과 비교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 때 느껴진 감정은 '이준기가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었죠.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던 작품이에요."

그리고 '투윅스'의 첫 방송. 관련 게시판과 기사의 댓글 란에는 이준기의 연기력에 대한 칭찬 이 가득했다. 이준기는 그 순간의 짜릿함을 잊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1회가 방송되던 시점에 산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방송이 끝나고 기사와 댓글을 조심스럽게 확인했죠. 호평이 많았어요. 그 순간 어깨를 누르고 있던 중압감이 탁 하고 풀리더라고요. 산에서 기뻐서 고함을 질렀어요. '정말 해볼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생겼죠. 그리고 두 시간 동안 반응만 검색 했어요.(웃음)"

지금은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한 듯 한 이준기. 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냐고 묻자 그는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 얻게 되는 게 있다고 답했다.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꼼수부리지 말자', '더 노력하는 모습 보이자', '그렇지 않으면 나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라고 자기 최면을 걸어요. 조금은 스스로를 다그치는 편이 있죠. 사실 요즘도 저를 원하는 대본이 들어오면 전 기분이 좋아요. '아직도 내가 쓸모 있는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언제가 될지 몰라도 나중의 그 날까지 쓸모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나태해지지 않으려 하고 있고요. 자만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할 거라 생각해요. 예전에는 버르장머리 없이 행동해 본 적도 있거든요. 두 번은 그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배우 이준기.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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