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영, "이 나이에 못한다는 소리 듣는건 창피한것" (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황인영은 3년 전부터 1년에 한 작품씩 연극 무대에 올랐다. 연극 도전이 그녀에겐 육체적으로 힘들고 괴로운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연극을 계속 해왔다. 그만큼 연극은 그녀를 당기는 매력을 갖고 있었고 1999년 데뷔한 황인영에게 연기의 또 다른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게 했다.

그런 찰나에 황인영은 올해 연극 '연애시대'를 만났다. 다소 급하게 합류했고 익숙하지 않은 외부 작품이라는 점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동료들과는 금세 친해졌고 그만큼 '연애시대' 속 하루 역에 빨리 몰입할 수 있었다.

황인영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공연이 두시간인데 내가 안 나오는 신이 거의 없다. 끌고 가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계속 되지만 극복하려 한다. 감정신들이 많은데 그 감정을 깨트리지 않으면서 외적인 부분도 신경 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캐릭터 구축에 있어 다소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하루 역은 그만큼 많은 감정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감정신에 있어서 드라마나 영화와는 또 다른 연극 무대만의 고충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감정의 강약 조절을 자유자재로 해야 하기 때문에 그 흐름을 잡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대본과 캐릭터가 좋다는 것은 하면 할수록 점점 느끼고 있지만 그 감정을 끝까지 전달할 수 있을까, 매번 걱정이 되는 요즘이다.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기에 황인영은 이를 한결 수월하게 극복하고 있다. 그는 "특정한 누구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사들이 하면 할수록 언젠가 내가 들었던 말이고 내가 했던 말, 느꼈던 감정이 많이 들어있더라. 공감이 많이 되는 작품이다. 나는 그 공감 가는 작품에서 진짜 남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누구나 한 번쯤 갖고 있었던 감정들이고 이야기들이다. 다시 만날 수도 있는 일이고. 그럴 때 보편적인 실수들을 다시 한 번 각성하고 연애를 잘 했으면 좋겠다. '연애시대'도 서로 자존심 때문에 타이밍을 놓친다. 딱 이 사람이다 싶을 때 잘 잡고 서로 양보하자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전달하고 싶다."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일까. 황인영은 공연 중 공감에 박수 치는 관객들을 여럿 봤다. 아직 관객들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황인영에게는 다소 낯선 느낌이었지만 이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황인영은 최근 자신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관객들이 자신의 연기에 따라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에 신기함과 함께 감동까지 느끼고 있다.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연극을 한다는 것, 그런 무대에 선다는 것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됐다.

황인영은 "연극은 일단 NG가 없다. 시간이 두시간이나 되는데다가 뭔가 할 것도 너무 많고 감정도 살짝만 정신을 놓으면 놓치게 된다. 대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고 그럴 때마다 관객들 몰입도가 떨어진다. 신경 써야 할게 진짜 많다"며 "두 시간을 진짜처럼 긴 호흡을 갖고 가야 한다. 배우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그만큼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어 계속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잘 늙어가는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다. 연극이 주는 매력에 반한 만큼 기회가 주어진다면 노련한 배우는 아니지만 1년에 한 작품씩 연극을 하고 싶다. 사실 나는 상업 연기자인데 연극을 한다는 것은 진짜 내가 좋아한다는 것이다. 연극을 하면 순수 예술을 하는 사람처럼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느낌이다. TV나 영화에서 보는 나와 무대에서의 나는 또 다를거라고 생각한다. 연극 무대에 선 나는 내가 볼 수 없으니까 더 도전이다. 그런 점에서 다방면으로 늙을때까지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

황인영은 확실히 연극을 하며 연기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중이다. 그는 "사실 브라운관에 복귀할 타이밍을 좀 놓쳤었다. 그 때 공연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사실 할 수 있는 캐릭터는 내가 가족 있는 이미지가 있고 나이도 있어 한정된 면이 없지 않다. 예전엔 '왜 나는 이런 역할만 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젠 나만의 것을 만들 수 있는 재미도 있더라"고 고백했다.

"그 전에는 그냥 했던 것 같다. 내 스스로 재미도 못 느꼈다. 어릴 때는 갑자기 데뷔해서 정신 없이 지내다보니 연기에 대한 고민을 안했던 것이다. 그냥 일이고 돈 버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근데 나이가 드니까 화면에 나오는 나와 대중에게 비춰지는 나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더라. 이 나이에 못 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 자체도 창피한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변한 면도 있다. 스스로 그냥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되면서 내 감정에 좀 더 솔직해졌다."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황인영은 시간이 지나고 무대에 서면서 좀 더 마음이 열렸다. 다른 감정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됐고 그간의 아픔이 밑거름이 되면서 더 자연스러워졌다. 혼자 고민할 줄 알게 됐고 이를 통해 꾸밈 없는 편안함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그렇게 황인영은 더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연애시대'는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기보다 편안하게 내 연애를 돌아볼 수 있게 한다. 남자든 여자든 '맞아, 저 모습이 내 모습이었지' 깨달을 수 있다. 연애에 대해 생각을 많이 안 했는데 나도 '연애시대'를 하면서 이십대 시절 풋풋한 연애 감정을 다시 꺼낼 수 있게 됐다. 대사도 주옥 같고 '이렇게 좋은게 연애였지' 하는 생각도 한다. 편안하게 오셔서 이 느낌을 갖고 갔으면 좋겠다. 나 역시 좋은 느낌을 받아서 힘든 작업이기는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동료들 마음들이 너무 좋아 연말은 공연 하면서 잘 보낼 것 같다."

한편 황인영이 출연하는 연극 '연애시대'는 사랑으로 만난 두 사람이 헤어졌지만 서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간직하는, 헤어지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를 그린 작품이다. 황인영을 비롯 심은진, 손지윤, 조영규, 김재범, 이신성, 이원, 채동현, 소정화, 이수진, 윤경호, 황미영이 출연한다.

연극 '연애시대'는 12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배우 황인영.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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