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반란,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이지영의 사고후]

[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KBS 2TV 수목드라마 '비밀'(극본 유보라 최호철 연출 이응복 백상훈)이 이토록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지난달 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비밀'은 5.3%라는 낮은 시청률로 시작했으나 이후 매회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동시간대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와 비교하면 '비밀'의 흥행은 가히 놀라운 일이다.

SBS에서는 '흥행보증수표'라 일컬어지는 김은숙 작가의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이 방송되고 있고, MBC에서는 KBS 2TV '브레인'이라는 의학드라마로 한 차례 성공을 거둔 윤경아 작가의 의학드라마 '메디컬탑팀'이 방송 중이다. 방송 전부터 숱한 화제를 낳았던 이 드라마들과 달리 '비밀'은 미니시리즈에 처음 발을 내딛는 신인 유보라와 최호철 작가가 집필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작가들 틈에서, 단연 왜소해 보이는 '비밀'이 이렇듯 예상치 못한 흥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틀에 박혀 있으나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개연성있는 스토리가 주된 이유다. '비밀'은 사랑을 잃어버린 남자가 자신이 벌인 복수로 인해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언뜻 보자면 흔하디 흔한 막장드라마와 전개를 같이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 드라마의 이야기는 예상 외로 탄탄하고 짜임새 있다.

다양한 '비밀'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가는 과정과 환경에 의해 변해가는 인물들의 관계와 욕망들이 모두 '납득할만한' 이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했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으나 실상 현실에선 권력 없이 어떤 것도 못한다는 것을 깨우친 안도훈(배수빈)의 변화나 늘 사랑하고 있었지만 자신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민혁(지성)에 대한 세연(이다희)의 변질된 외사랑, 처음엔 복수였으나 어느새 그 마음이 사랑과 집착이 되어버린 민혁의 마음 등은 이렇듯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들로 시청자들을 이해시켰다.

또 '비밀'이라는 제목처럼 드라마 곳곳에 흩어져있는 다양한 비밀들 역시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힘을 싣고 있다. 도훈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으로 버티고 있는 유정(황정음)이지만 그가 겪는 모든 불행의 배후에는 도훈이 관련됐다는 것, 세상의 부조리함을 깨닫고 민혁이 있는 곳으로 한 계단씩 올라가고 있는 도훈이 점점 야욕을 가지고 변화하고 있다는 점, 이들을 불행으로 몰아넣은 교통사고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민혁과 숨기려는 도훈의 머리싸움 등은 옆으로 샐 틈 없이 정교하게 짜여있다.

여기에 생각지도 못한 배우들의 호연도 예상외의 조화를 내며 '비밀'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와 동시에 결혼을 한 새신랑 지성과 8년째 공개열애 중인 황정음의 멜로는 지성의 아련한 눈빛과 황정음의 눈물 연기로 멋진 하모니를 이끌어냈다. 또 지성과 함께 새신랑이 된 배수빈의 무서운 연기력과 앞선 작품으로 한 차례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다희의 변신 역시 '비밀'에 한 치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비밀'은 분명 타 작품들에 비해 방송 초반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형적이지만 신선한 스토리와 부자연스럽게 보이나 실상은 멋진 조화를 이루는 캐스팅만으로 '비밀'은 승리를 일궈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비밀'의 반란, 그래서 더욱 값진 것 아닐까.

['비밀'의 배우 지성, 배수빈, 황정음(위부터). 사진 = KBS 2TV '비밀' 방송화면 캡처]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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