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방 '실업급여 로맨스', 우울한 청춘에도 희망은 있다

[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우울한 청춘을 위한 힐링 드라마가 나타났다.

5일 밤 첫 방송된 케이블채널 E채널 새 주말드라마 '실업급여 로맨스'(극본 이수아 연출 최도훈)에는 '사랑과 멸망'이라는 재연 드라마를 쓰는 월급작가 임승희(이영아)가 다니던 제작사가 망하면서 실업급여를 받을 처지에 놓이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승희는 드라마 작가를 꿈꾸지만 현실은 불륜을 소재로 한 재연드라마를 쓰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드라마 작가로 인정받는 친구 문선주(배슬기)와 함께 작업실을 쓰며 선주처럼 유명해질 수 없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희는 재연작가 일을 열심히했다. 그는 동네 아주머니들 앞에서 유부녀 행세를 하면서까지 드라마 소재를 가져왔고 제작사에서 시키는 일은 아무리 어이없는 일이라도 모두 해냈다. 그런데 제작사 대표의 도박으로 회사는 망해버렸고 졸지에 승희는 실업자 신세로 전락했다.

이런 승희의 모습은 지금의 20~30대 직장인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드라마 작가를 시켜주겠다고 꼬드기며 실제로는 승희를 이용하기만 한 회사 대표의 모습이나 하루 아침에 망해버린 회사 때문에 실업자가 된 승희의 모습은 불안정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울한 청춘의 일상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일 더한다고 월급 더 주는 거 아니지 않냐", "고정적으로 벌 수 있다고 월급작가 시켜놓고 이것저것 다 시킨다", "딴 데 불러주는 데 없어서 여기 있는 거 뻔하다" 등 가슴을 찌르는 솔직한 대사들은 고달픈 직장인들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드라마가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았다. 동네 아줌마로 분한 개그우먼 박희진이나 능글맞은 제작사 대표 전창걸, 승희의 회사 후배인 박진주 등 조연들의 활약은 극을 내내 재미있게 만들어줬다. 여기에 승희가 아줌마들 사이에서 루머를 듣다가 귀가 늘어나는 식의 재치있는 CG들 역시 눈길을 끌었다.

또 월급작가 신세가 된 이영아의 아낌없이 망가지는 모습도 주목할만 했다. 그동안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로 비춰졌던 이영아는 이번 작품에서 털털하고 꾸밈없는 임승희로 완벽 변신했다. 그는 극중에서 오징어 다리를 커피잔에 담궈 먹거나 소주에 빨대를 넣고 병나발을 부는 장면 등을 통해 거침없이 망가지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코믹하게 담아내며 첫 방송을 시작한 '실업급여 로맨스'가 우울한 청춘들에게 공감과 힐링을 안겨줄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아진다.

['실업급여 로맨스' 첫 회. 사진 = E채널 방송화면 캡처]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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