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주군의 태양', 뻔한 로코 살려낸 소지섭·공효진의 힘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SBS 수목드라마 '주군의 태양'(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진혁) 성공의 8할은 배우들의 연기력이었다.

3일 밤 방송된 '주군의 태양' 마지막회에서는 다시 만난 주중원(소지섭)과 태공실(공효진), 강우(서인국)와 태이령(김유리)이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고 해피엔딩을 맞으며 아름답게 마무리됐다.

앞서 '주군의 태양'은 로맨틱 코미디의 귀재라 불리는 홍자매와 진혁 PD가 의기투합한 작품이자 홍자매의 첫 로맨틱 코미디 호러물이라는 점에서 제작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여기에 드라마 '최고의 사랑', '파스타' 등 로맨틱 코미디에서 최적의 모습을 보여줬던 공효진과 도도하고 오만방자한 남자로 색다른 변신을 시도한 소지섭의 출연으로 기대감을 더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본 '주군의 태양'은 홍자매의 이전 작품과 크게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초반에 주인공인 두 남녀가 사랑이 아닌 서로의 필요에 의해 스킨십을 해야한다는 설정은 흥미로웠지만 중반으로 넘어가며 로맨스가 더해지자 이야기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랐다.

캔디가 되기 싫다던 태공실은 자기 때문에 주중원의 목숨이 위험에 처하자 스스로 떠나는 쪽을 택했고 뒤에서 몰래 가슴앓이했다. 극 초반 주중원이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지하에 몰래 방이라도 만들어 곁에 있게 해달라던 뻔뻔하지만 사랑스럽던 태공실 캐릭터는 이후 전형적인 캔디의 길을 걸으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런 '주군의 태양'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준 것은 8할이 배우들의 힘이었다.

공효진은 '공블리'라는 명성에 걸맞게 사랑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며 작품에서 내내 활약했다. 등장하는 내내 산발된 머리에 진한 다크서클 등 여배우로서 외모적으로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지만 공효진은 그마저도 귀엽게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큰 받았다. 특히 천연덕스럽게 주중원에게 접근해 스킨십을 시도하는 모습이나 설레하는 장면 등은 그의 사랑스러움을 배가시켰고 역시 '공블리'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소지섭도 '주군의 태양'으로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이뤄냈다. 그동안 영화 '회사원', 드라마 '카인과 아벨', '미안하다 사랑한다', '유령' 등 주로 무겁고 어두운 역할을 맡아왔던 소지섭은 이번 작품을 통해 숨겨왔던 귀여운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 물론 드라마 '최고의 사랑' 속 독고진(차승원)과 캐릭터가 비슷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점차 극이 진행되면서 독고진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며 많은 여성 시청자들을 '주군 앓이'에 빠지게 만들었다.

김유리와 서인국 역시 드라마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 한 몫 했다. 김유리는 이번 작품에서 전작인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의 신인화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며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도도하고 콧대 높은 여배우지만 허당스러운 모습도 갖고 있는 태이령의 반전매력은 극을 유쾌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서인국도 태공실의 곁에서 그를 지켜주는 우직한 남자 강우로 분해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렇듯 네 배우는 어쩌면 뻔해 보일 수 있는 드라마 안에서 각자의 캐릭터에 충실하며 그 매력을 한껏 살려냈다. 로맨틱 코미디의 가장 큰 힘이라 할 수 있는 배우간의 케미(케미스트리, 남녀간의 화학작용)뿐만 아니라 각자의 매력으로 캐릭터를 살려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주군의 태양' 마지막회. SBS 방송화면 캡처]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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