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노인정' 백일섭이 만든 기막힌 장례식 '웃기고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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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의리의 할배들이 주도한 기막힌 장례식이 시청자를 웃기고, 또 울렸다.

2일 밤 방송된 MBC '드라마페스티벌-햇빛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에서는 가족 하나 없는 친구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가짜 장례식을 벌이는 햇빛노인정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햇빛 노인정에서 시간을 보내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함께 하던 송노인(김봉수)의 병세가 깊어지자 고민에 빠졌다. 폐암수술을 진행해야하지만 송노인에게는 가족도, 돈도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며칠에 걸친 고민 끝에 김구봉(백일섭) 일당은 언젠가는 치르게 될 송노인의 장례식을 미리 치른다는 엉뚱한 작전을 세웠다. 송노인에게 들어올 조의금으로 그의 수술비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장례식은 의외로 순탄하게 진행됐다. 노인정이 위치한 아파트 부녀회가 주변의 평판을 의식해 신속하게 장례식에 협조하면서 송노인을 향한 조의금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들은 계획은 송노인의 조카가 조의금을 노리고 나타나며 잠시 위기에 부딪힌 듯 했지만, 노인들의 연륜이 묻어나는 재치로 그 또한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5일장을 마친 뒤 작전에 성공해 환호하는 노인들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병원에서 수술을 기다리던 송노인이 숨을 거둔 것이다.

송노인이 숨을 거둔 병원에서 뒤늦게 노인들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트리는 아들을 향해 김구봉은 "나는 산 사람이냐, 죽은 사람이냐. 왜 내가 친구를 잃는 걸 겁내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냐.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 죽지 못해 사는 게 아니야"라며 사기극까지 벌여가며 친구를 위해야했던 묵은 감정을 토해냈다.

한 시간 분량의 단막극은 송노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노인들이 펼치는 엉뚱한 계략을 중심으로 흘러갔지만, 그 속에는 김구봉과 박여사(안해숙)의 풋풋한 노년 로맨스가 있었고, 친구를 잃고 싶지 않은 최옹식(이호재)의 눈물이 있었다. 극은 기존 드라마에서 흔히 다루지 않았던 노인의 복잡한 감정을 어둡지 않게 섬세한 감각으로 표현했다.

햇빛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은 MBC가 7년 만에 부활시킨 단막극 10부작 '드라마 페스티벌'의 첫 번째 이야기였다. 3일 밤에는 '드라마페스티벌' 2편인 '불온'이 방송된다.

[MBC '드라마페스티벌-햇빛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의 배우 백일섭, 이호재.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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