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군의 태양, ‘냉미남’ 소지섭의 완벽 코믹 변신 [김민성의 ★필]

[김민성의 스타★필(feel)]

‘간지’는 일본어로 느낌이란 뜻의 칸지(Kanji/感じ)에서 유래한 말로 흔히 간지난다는 멋있다 혹은 스타일이 좋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수영 선수 출신이자, 모델이었던 배우 소지섭의 별명은 ‘소간지’로 십수년째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날렵한 눈매와 각진 얼굴을 지닌 소지섭은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는 남성다움을 더한다. 특히 완벽 비율로 소화하는 수트의 정석은 스타일리시한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전매특허인 우수에 젖은 눈빛, 쓸쓸한 표정은 ‘소간지’란 고유명사를 완성했다.

그런 그가 최근 코믹 연기를 제대로 펼치며 안방극장을 휘어잡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주군의 태양’을 통해 코믹 연기 느낌 제대로 아는 남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 극중 그가 맡은 역할은 거대한 복합쇼핑몰 대표인 주중원으로 돈 밖에 모르는 인색하고 계산적인 인물이지만, 귀신을 보는 여자 태공실(공효진)과 함께 금전적 도움이 절대 안 되는 사건·사고를 해결하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의 귀재 홍정은-홍미란 자매 작가가 집필하는 이 드라마는 특히 맛깔 나는 대사가 제 맛. 과묵한 냉미남이었던 소지섭이 수다 대마왕이 되어 속사포같이 막말을 쏟아내니 느낌이 새롭다. 귀신 고민 해결사인 ‘음침한 캔디’ 공효진과의 찰떡 호흡도 깊어가는 애정도 흥미를 더한다.

1995년에 청바지 브랜드 전속모델로 데뷔한 소지섭은 이듬해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통해 연기자로 입문했다. 이후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하다’, ‘발리에서 생긴 일’, ‘카인과 아벨’, ‘유령’, 영화 ‘영화는 영화다’, ‘오직 그대만’ 등에 출연하며 작품마다 다양한 캐릭터로 완벽하게 변신해왔다.

소지섭은 배역을 통해 정의롭고, 강인하며, 또한 냉철한 이미지가 강하지만 연기 외적으로 꾸준히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왔다. 2009년 1인 기획사 ‘51K’를 설립한 이래 힙합 음반도 내고, 에세이집도 내는 등 남다른 길을 걸어왔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진 소지섭이 솔직한 가사와 과감한 퍼포먼스가 주류인 힙합이라니 의외의 선택이다.

단지 힙합을 너무나 사랑해서 유명세나 상업성을 고려치 않고, 싱글 앨범을 5장이나 낼 만큼 과감하다. 이미지 관리가 안 될 줄 알면서도 2번이나 MBC ‘무한도전’에 출연할 만큼 용감무쌍하다. 소속사 없이 독립군으로 활동했기에 모두 가능한 일이리라.

그의 거침없는 행보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고정된 이미지에 갇혀있기보다는 원하지 않은 모습이라도 본래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번 드라마 역시 의외의 선택이지만 기존의 묵직하고 어두운 이미지를 날리고 코믹 연기까지 할 수 있는 전천후 배우라는 것을 입증해냈다. 수트의 정석에 이어 코믹연기의 정석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코믹 연기 느낌 제대로 아는 소지섭.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그의 매력은 계속될 것이다.

[배우 소지섭. 사진 = 본팩토리 제공]

전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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