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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조물주의 최고걸작 "하롱베이"
13-02-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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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공항을 빠져나오자 뜨거운 열기에 숨이 막힌다. 냉방이 잘 된 버스에 서둘러 오른다. 차가 공항을 빠져 나가자 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버스는 베트남의 동쪽 끝으로 달린다. 나지막한 집, 벼가 촘촘한 논... 베트남의 농촌 풍경이 차창 밖으로 지나간다. 얼마나 달렸을까. 띄엄띄엄 보이던 불빛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하롱베이가 가까워졌음을 느끼게 한다. 먼 바다 위로 수많은 검은 그림자가 빽빽이 들어선 모습만 어렴풋이 보였다.

이튿날 아침. 호텔에서 내려다본 하롱베이 앞바다는 높지 않은 산이 이어져 있는 듯하다. 그 아래로 호수처럼 찰랑이는 바다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수를 높은 듯, 그림으로 그려낸 듯 신비롭다. 하롱베이에서 '하롱'은 내려오다는 의미의 '하', 용을 뜻하는 '롱'의 결합어다.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하늘의 용이 지상까지 내려왔을까.


<전설 속의 용을 만나러 가는 길>

바이차이 선착장에서 배에 오른다. 멀리 나온 것 같지 않은데, 호텔 앞마당에서 하나로 보이던 산들이 따로 떨어진 기암괴석의 연속이라는 사실에 탄성이 절로 터진다. 단아한 자태로 곧게 서 있는 섬, 돛단배나 연꽃처럼 생긴 섬, 어떤 것은 사람의 얼굴이나 동물을 닮았다. 이름도 제각각이다. 두꺼비섬, 용섬, 도자기섬, 말안장섬... 아직 1,000여 개의 섬에만 이름이 있다고 하는데, 그만큼 이곳의 모든 섬을 탐험하기란 쉽지 않다는 반증인 셈이다.

배는 첩첩산중 골짜기를 들어서고 빠져나가듯 섬 사이사이를 스치며 지난다. 석회암이 주를 이룬 섬은 바위가 툭툭 불거지고, 사람이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경사가 심한 곳들도 많다. 이런 이유로 인간의 훼손에서 벗어나 고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었던 듯. 3,000여 개의 섬 가운데 현재 개발된 섬은 불과 100여 개. 절경을 보고 싶은 인간의 좁은 속내로는 아쉬울 따름이지만, 절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수많은 섬들이 발을 담그고 있는 하롱베이의 청록빛 바다는 유난히 잔잔하다. 파도가 섬에 부딪혀 잔잔하게 부서지기 때문이다. 잔잔한 수면에 똑같은 모습으로 반사된 크고 작은 섬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배를 타고 하롱베이를 둘러보자면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구나 '명경지수'란 말을 떠올리게 된다. 수면을 경계로 위에 섬이 있고, 아래도 섬이 있으니 이곳에서 살펴볼 섬이 6,000개가 넘는 셈이다.

선착장을 출발한 배가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동굴섬. 가파른 계단을 올라 어두운 입구를 통과하니 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고 웅장한 내부로 이어진다. 그곳에서 다시 좁은 길을 굽이굽이 돌아가면 형형색색의 신이 빚은 예술작품이 눈앞에 펼쳐진다. 억겁의 세월 동안 만들어진 기상천외한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하롱베이의 절경이 좋아서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휴양하던 곳이라 한다. 관광객을 위해 설치해둔 인공 조명은 조금 거슬리지만 제멋대로 자란 듯한 종유석과 석순들이 위대한 자연을 실감나게 한다.


<절벽의 섬 대신 잔잔한 바다를 선택한 삶>

섬 몇백 개를 헤치고 나아갔을까. 큰 섬 여러 개가 병풍처럼 둘러싼 바다에 수상촌이 보인다. 말 그대로 배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사람이 마을을 이룬 곳이다. 이곳의 어민들은 섬 대신 몇 개의 드럼통을 잇대어 놓고 그 위에 2~3칸 정도의 나무집을 짓고 산다. 섬을 버리고 배에서 사는 이유는 분명하다. 섬 해안이 모두 수직 절벽이어서다. 신이 이들에게 못 오를 땅 대신 잔잔한 바다를 준 것이다. 배가 수상촌에 도착하자 마을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원 달러'를 외치며 호객행위에 온힘을 쏟는다. 집주인에게 원달러를 쥐어주고 집안을 엿본다. 연탄불에 요리를 하고, 건전지로 TV를 본다. 개도 한두마리씩 키운다. 배에서나 땅에서나 사는 방식은 같은 듯하다. 아침이면 큰 배가 학생들을 태우고 학교에 갔다가 오후에 집집마다 데려다 준단다. 호수와 같이 고요한 선상 학교에서 자연을 벗 삼아 수업을 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인상 싶다.

배에 오른 지 두 시간쯤. 갑자기 배가 시동을 끈다. 세상천지가 고요해졌다. 사방을 둘러봐도 석회암으로 이뤄진 섬들뿐, 파도도 잠잠하다. 이곳에서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우리 인간과 갈매기뿐이다. 바다마저 숨죽인 이곳에서는 오로지 섬들만이 숨을 쉰다. 섬과 섬 사이로 저 멀리 보이는 깊은 바다는 여전히 바위산들이 병품처럼 장엄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도 감탄해서 차마 폭격하지 못했다고 한다. 용이 정말 존재한다면 바다 밑에 조용히 잠들어 있지 않을까? 상상의 나래가 펄럭인다.

고요한 바다에 작은 소란이 인다. 열대 과일 잔뜩 싣고 힘겹게 노를 젓던 노점상 할머니가 뱃전에 배를 붙인다. 어쩌다 흥정이 길어지거나 진행 방향이 같다 싶으면 갈고리를 큰 배에 걸고 '무임승차'를 한다. 섬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이곳 사람의 지혜다. 동남아시아 특유의 소나기인 스콜이 한 차례 휘몰아치더니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햇볕이 내리쬔다. 수묵화처럼 흐릿한 안개에 가려졌던 섬들이 이내 햇빛에 푸른빛을 반사한다. 다채롭게 변하는 날씨에 따라 섬의 모습도 다양하게 변한다. 크루즈에 다시 시동이 걸린다. 섬들이 서서히 멀어지고 육지가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신기한 것은 육지가 가까워질수록 등뒤로 펼쳐진 하롱베이의 모습이 잘 따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참 전에 본 풍경처럼 아련히 남아 있어 그리움도 가슴 깊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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