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남자' 이상엽, "문채원 보면 실제로 떨린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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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수습기자] 모두에게 차갑지만 나에게만은 따뜻한 남자. KBS 2TV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속 박준하(이상엽)는 주변 사람들에게 냉정한 인물이지만 서은기(문채원)에게만은 따뜻하다. 그래서 말 그대로 은기에게 있어 준하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다. 은기의 착한남자, 준하를 연기하는 배우 이상엽을 만났다.

"원래 준하는 크림처럼 온화하고 따뜻한 남자예요. 그런데 그렇게 모두에게 따뜻한 남자는 어디든 많을 것 같았죠. 세상 어디에도 없는 따뜻한 남자는 은기를 바라봤을 때만 애틋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말할 때와 은기와 말할 때 준하의 눈빛을 다르게 표현했죠."

이상엽의 말처럼 극 초반 은기를 바라보는 준하는 눈빛으로 말하는 인물이었다. 준하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은기를 위해 자신의 성정체성을 속이고 게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나아가 자신의 아버지가 은기의 어머니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기억상실에 걸린 은기를 떠나지 않는다. 지극히 순애보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진짜 착한남자는 준하가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준하의 아픔을 사람들이 알아주니까 굉장히 기분 좋죠. 강마루(송중기)가 불쌍한 건 인정하는데 여기에 준하까지 껴주니까. 그런데 만약 실제로 이런 상황이라면 저는 은기에게서 도망갔을 것 같아요. 준하는 날 보지 않는 사람을 끝까지 지켜주지만 저는 못그러거든요. 전 제가 좋아하면 그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 사람과 사랑을 해야해요. 지켜보느냐 쟁취하느냐 차이인 것 같은데 저는 기회를 보고 저돌적으로 쟁취하는 편이죠."

이렇듯 드라마 속 준하와 실제 이상엽은 사실 많은 차이가 있다. 조용하고 무뚝뚝한 준하 캐릭터와 달리 이상엽은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자란 애교 많은 외아들이다. 본인 스스로도 "애교가 많은 편이에요. 특히 가족들하고 있을 때 애교가 스물 스물 튀어나와요"라고 자신을 설명한다.

배우를 시작한 계기도 가족들로부터 비롯됐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니며 성극을 자주 했었어요. 언젠가 핀조명이 떨어지듯이 엄마 얼굴이 보였는데 (연기하는) 저를 보고 활짝 웃으셨어요. 원래 굉장히 시크하신 분인데… 그때 그게 굉장히 인상 깊었죠. '우리 엄마 아빠가 즐거워하시는구나. 나만 즐거운 게 아니라'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렇게 재밌고 즐겁게 살고자 선택한 연기자의 길이었지만 항상 즐겁지만은 않았다. 이상엽은 2007년 데뷔 후 첫 작품인 KBS 2TV 드라마 '행복한 여자'에서 연기력 부족으로 중도하차했던 아픔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너는 지금 사람일지 몰라도 캠코더 안에서의 너의 모습은 로봇이다. 사람이 아니다' 그 얘기가 충격이었죠."

그렇게 쓰디쓴 교훈을 얻고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절치부심한 결과 마침내 이상엽은 스스로 대표작이라 꼽는 종합편성채널 JTBC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이하 '청담동')를 통해 연기의 재미를 깨닫기 시작했다.

"스스로 재미없으면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청담동'할 때는 까불고 웃으며 다니다보니 정말 재밌었어요. 어느 순간에는 정말 극중 캐릭터가 이상엽 그 자체였거든요. 평소에 쓰는 말을 쓰기도 하고 대사도 조금씩 바꿔가면서. 다른 작품에서는 극중 캐릭터가 어땠을까를 단서로 삼았었는데 '청담동'은 저를 단서로 삼아서 들어갔어요. 그 전에 연기했을 때와 '청담동'을 했을 때 확실히 달라졌죠. 예전에는 연기하는 척을 하고 모든 작품에 내가 들어가는 걸 부인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저도 들어가게 된다는 걸 받아들였죠."

그렇게 '청담동'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한 이상엽은 이제 '착한남자'를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 그는 "은기를 보면 떨려요. 실제로 문채원 양과 이야기하면서 많이 친해졌는데도 떨리더라고요"라며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 준하가 활짝 웃는 신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 번 쯤은 은기가 준하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면 어떨까 생각해요"라고 말하며 준하 캐릭터에 푹 빠져있다.

이제 이상엽은 조급함을 갖고 있던 과거와 달리 여유로운 사람으로 변했다. 그는 "내일을 생각하면서 현실에 좌지우지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하며 지금보다 먼 훗날을 보려고 노력한다.

"연기를 평생 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30대에는 삼촌 역할도 해야 되고 백수 아저씨도 해야 되고, 40대는 회사 다니는 아저씨, 50대는 실직한 가장도 돼야 하잖아요. 저는 여러가지를 하고 싶어요. 그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상엽. 사진 = 곽경훈 기자 kphto@mydaily.co.kr]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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