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 "벌써 데뷔 14년 차?…여전히 모든 게 신기해요" [MD인터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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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위치에 대한 욕심보다 주어진 매 순간에 대한 감사를 우선시하는 사람, 배우 이상엽(38)이 롱런하는 이유였다.

이상엽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SBS 월화드라마 '굿캐스팅'(극본 박지하 연출 최영훈)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열어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굿캐스팅'은 현장에서 밀려나 근근이 책상을 지키던 여성 국정원 요원들이 우연히 현장으로 차출되며 벌어지는 액션 코미디 드라마로, 배우 최강희, 유인영, 김지영의 사이다 공조가 돋보였다. 싱글 워킹우먼, 워킹맘, 주부 등 그동안 활극의 중심에 서지 못했던 평범한 여성 캐릭터들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짜릿한 쾌감을 안겼다. 1회에서 12.3%(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이하 동일)의 시청률로 시작했던 드라마는 최종회 9.8%로 막을 내렸지만 매회 월화극 정상을 찍으며 저력을 과시했다.

백찬미(최강희), 임예은(유인영), 황미순(김지영) 등 여성 캐릭터 플레이가 극의 주된 요소였지만 적절히 삽입된 로맨스도 풍성한 재미를 안겼다. 이상엽이 그 역할. 그는 일광 하이텍 대표 이사 윤석호 역으로 분해 백찬미를 향한 순애보를 펼쳤다. 젠틀한 매너를 가진 이사님부터 아버지의 죽음을 밝혀내려는 처절함까지, '단짠'을 오가며 여심을 뒤흔든 이상엽이다.

사전제작 드라마라 촬영은 오래 전 끝났지만 이상엽은 여전히 여운에 젖어있었다. 시원섭섭한 마음과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고 밝힌 이상엽은 "방송을 하면 매순간 떨리더라. 긴장이 더 많이 된다. 잘 될 거라는 기대보다는 나왔을 때 '좋다', '재밌다' 식의 안도가 더 컸다. 방송 끝나면 배우들끼리의 단체 채팅방도 시끄러웠다. 시청자 분들과 함께 즐겼다"며 "저는 아쉬운 점이 없다. 제가 좋아하는 마블 영화의 장면을 패러디한 것도 신기했다. 저는 되게 순수한 마음으로 즐겼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석호와 찬미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거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시즌2 하자고 감독님과 작가님을 조르고 있어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 기분이 좋아요. 오래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어요. 시즌2는 찍으면서도 계속 이야기가 나왔어요. 하지만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 더 조심스러워졌죠. 새벽기도를 다녀야할까 봐요. 만약 시즌2가 나온다면 제가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저도 액션을 할게요.(웃음) 찬미와의 러브라인도 더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이사라는 캐릭터 설정에 따라 초반엔 힘을 줬다고 고백한 이상엽은 "늘 목소리를 다운시켰다. 사실 멋있어지려고 되게 노력을 했는데 노력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더라. 이것저것 많이 하려고 했었는데 비워냈다. 액세서리나 슈트에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그 사람도 사람이지 않나. 자연스럽게 하자고 생각했다. 처음에 코믹씬이 없었는데 연기를 하다 보니 코믹하게 하고 있더라. 그래서 석호에게 코믹씬도 주시고, 저에게 많이 맡겨주셨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굿캐스팅'은 이상엽의 과거 이상형이었던 최강희와의 만남을 선사한 특별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최)강희 누나는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웃어주신다. 항상 맞춰주려고 하시는 게 컸다. 커피도 사주셨다. 계속 떨렸다. 지금도 강희 누나가 혼자 통화를 하고 있으면 '오 최강희' 하면서 보게 되더라"라고 너스레를 떨더니 "사실 강희 누나랑 한다고 해서 대본도 제대로 안 보고 출연하겠다고 했다. 첫 촬영 때는 너무 떨려서 몸에 엄청 힘이 들어가더라"라고 팬심을 드러냈다.

"찬미와의 멜로는 부족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멜로씬이 추가됐다면 재미가 더 떨어졌을 거예요. 미녀 삼총사의 활약상과 액션이 보다 더 재밌는 드라마거든요. 다만 생각보다 키스신이 조금 짧게 나왔어요. 가장 힘을 주고 찍었는데.(웃음) 강희 누나가 저랑 이제 멜로 안 하고 싶다고 해도 저는 꼭 다시 하고 싶어요. 아직도 강희 누나랑 작품을 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나랑 대사를 맞추고 있고, 내 이름을 불러주고, 커피를 사주는데 신기해요. 너무 좋았어요."

함께 출연한 이종혁, 유인영, 김지영, 이준영 등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이상엽은 "유인영 씨의 지인들이랑 워낙 친해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기회가 없다가 이번에 금방 친해졌다. 좋은 친구를 얻었다. 김지영 선배는 대단하다. 방송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 내공과 여유, 배울 게 정말 많다. 존경하는 선배다. 이준영 군은 제게 '형아'라면서 다가온다. 이선균, 김남길에게 '형아'라고 하면서 다가가는 제 모습이 보여서 더 정감이 가고 좋았다. 허재호 형이랑은 너무 절친이 돼서 매일 통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종혁 선배님은 제가 싸이더스HQ 연습생 시절 처음 만났는데, 그 때는 굉장히 카리스마 있고 중후한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형이 굉장히 유머감각이 넘치는 분이란 걸 알게 됐죠. 너무 웃겨서 허벅지를 꼬집어가면서, 슬픈 생각을 해가면서 감정을 잡았어요. 너무 신기하지 않아요? 카리스마를 느꼈던 선배님과 친해졌잖아요."

이상엽은 '굿캐스팅'을 통해 OST 가수로 거듭나기도 했다. '빨간 책가방'을 직접 부르며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관련 이야기를 꺼내자 이상엽은 쑥스러워하며 "노래 부를 때 대박이라고 매니저랑 이야기했다. 사실 너무 좋아서 천 번 이상 들었다. 사람들한테도 계속 들으라고 연락했고, 3000원을 줄테니 벨소리로 설정하라고 했다. 음원사이트에 이상엽을 치면 노래가 나오는 게 신기하다. 초반에 순위도 봤는데 200위 안에 한번도 안 들더라. 이게 진짜 쉬운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드라마 시청률도 잘 나오니, 30위 안에 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그래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도 많이 올렸다. 스트리밍 방식도 이번에 알았다. 그래서 미리듣기만 하지 말고 다 들으라고 했다"라고 밝혀 폭소를 자아냈다.

피곤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면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나온 자신의 분량을 찾아보고 연관검색어도 매일 살핀다는 이상엽. 자기애가 넘치는가 했더니, 변치 않는 초심이었다. 이날 이상엽이 가장 많이 쓴 표현은 "신기하다"였다. 인터뷰를 하는 것도, 배우들과 연기를 하는 것도, 함께 기사에 이름이 오른다는 것까지, 여전히 모든 게 신기하단다. 데뷔 14년 차 배우에게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설렘이었다. 사람을 만나고, 연기를 할 수 있는 현장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제가 '톱스타 유백이' 끝나고 한번도 안 쉬었어요.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어요. 사실 멘탈적으로 부담은 있죠. 그래서 살짝 슬럼프가 찾아와요. 사람들과 하는 작업이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데, 집에서 가만히 누워있으면 재충전돼요. 그러고 나서 현장에 가면 너무 신나요. 현장에 없을 땐 멍하게 있는데, 가면 엔돌핀이 돌아요. 현장에 있는 배우들도 너무 좋고요. 사람들이 용인을 해주면, 계속 하고 싶어요."

여러 캐릭터를 오가는 '열일'에 대한 물음에는 "제게 들어오는 대본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다 하자는 마음이다. 걱정이 되기도 한다. '똑같다'는 말을 듣는 게 되게 무섭다. 그런 말을 안 듣도록 조절을 잘해야 한다. 어느 순간 달리다 보면 잠깐 빠져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제가 저를 못 믿어서 그렇다. 한 드라마에서 바닥을 다 드러냈는데 비슷한 걸 바로 하면 걸릴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다른 걸 하는 게 좋다. 액션도 하고 싶고, 장르물도 하고 싶다. 멜로더라도 결이 다른 멜로를 하고 싶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벌써 제가 데뷔 14년차라니. 전 계속 줄이려고 하는데, 들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요. 분량이 적은 드라마에만 나온다고 '쩌리남주'라는 말도 있는데 그런 게 어디 있어요.(웃음) 모두가 함께 하는 작업이고 저는 제 이름이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비중 욕심을 버리니까 되게 편해요. 곁에서 보면 생각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활동하면서 이런 성향이 극대화된 거 같아요. 작품을 할 때는 예민한 면도 있는데 연기와 일상은 구분하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요."

한편, 이상엽은 현재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KBS 2TV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도 언급했다. 윤규진으로 분한 그는 극중 이민정(송나희 역)과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후회남주'라는 수식어도 생길 정도다. 다만 메인 커플인 두 사람보다 타 커플이 큰 비중을 차지해 일각에서는 원망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이상엽은 "그런 반응들은 알고 있다.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에 대해 일단 놀랐다. 한편으로는 젊은 분들이 많이 봐주시는 게 신기하고 좋다. 지금까지 있었던 주말극의 형태인데, 이번에 유독 그렇더라. 그래서 이민정 씨랑 '우리 드라마 사람들이 많이 보나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오히려 이것 때문에 위축이 될 것 같은 (이)상이나 (이)초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라며 "작가님도 많이 놀라셨다. 모두의 이야기가 나올 것이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작가님의 플랜은 정말 정확하시기 때문에 믿고 있다"고 전했다.

또 "식당이나 엘리베이터에서 어머님들 마주치면 많이 혼난다. 젊은 분들은 '굿캐스팅' 이야기도 많이 해주신다. 가장 재밌는 건 댓글에 '상엽아. 강희한테 직진하는 것처럼 옆집 나희한테도 직진해라'라고 하더라. 그게 너무 웃기다. 재미로 봐주셔서 너무 좋다"며 "'후회 남주'가 빛을 발할 때가 곧 올 거다. 지금 저는 '후회 남주'의 끝을 촬영하고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주시면 좋을 것 같다.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다. 그런 수식어는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사진 = 웅빈이엔에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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