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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속도가 프랑스를 살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음바페가 살렸다고 보는 게 맞다. 프랑스는 의도적으로 점유율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역습을 시도했다. 아르헨티나는 쓸데 없이 공을 오래 소유했고 시간이 길어지면서 실수를 남발했다. 특히 음바페에게 많은 공간을 내줬는데, 그 위치에 수비적인 규율이 부족한 디 마리아와 바네가가 포진한 건 다소 의문이다. 프랑스가 주로 오른쪽 후방으로 내려가는 메시를 견제하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인 마투이디를 왼쪽 미드필더로 세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메시에게 두 개의 도움을 허용했고 수비적으로 굉장히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아르헨티나에게 운이 따르기도 했지만 캉테가 있는 팀이라곤 믿기 힘든 수비가 몇 차례 벌어졌다. 그리고 ‘누가 누가 수비를 못하나’ 게임은, 속도에서 우위를 점한 프랑스의 승리로 끝났다.
(프랑스 4-2-3-1 포메이션 : 1요리스 – 2파바드, 4바란, 5움티티, 21에르난데스 – 13캉테, 6포그바 – 14마투이디, 7그리즈만, 10음바페 - 9지루 / 감독 디디에 데샹)
(아르헨티나 4-3-3 포메이션 : 12아르마니 – 2메르카도, 17오타멘디, 16로호, 3타글리아피코 – 14마스체라노, 15페레즈, 7바네가 – 22파본, 11디 마리아, 10메시 / 감독 호르헤 삼파올리)
아르헨티나는 음바페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했다. 솔직히 하려는 생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삼파올리 감독은 ‘전문 골잡이’ 이과인과 아구에로를 벤치로 내리고 메시를 ‘제로톱’에 배치한 뒤 중앙에 3명의 미드필더를 세웠다. 구조적으로 바네가는 ‘공격형 미드필더’였고, 페레즈는 ‘오른쪽 풀백’ 메르카드가 전진할 때 뒷공간을 커버하거나 오른쪽 측면으로 내려온 메시와의 ‘이대일 패스’를 위한 ‘다기능 플레이어’였다. 그리고 마스체라노는 전형적인 ‘홀딩맨’이다.
문제는 디 마리아와 바네가가 위치한 아르헨티나 ‘왼쪽’이다. 둘 다 수비적으로 매우 헌신적인 선수는 아니다. 바네가는 자주 전방으로 전진했고, 디 마리아는 측면에 아주 넓게 포진해 있었다. 이는 아르헨티나의 ‘왼쪽 풀백’ 타글리아피코가 음바페와 ‘1 vs 1’에 상황에 자주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스체라노가 있지만 전성기를 지난 그가 속도가 붙은 음바페를 저지하기엔 무리였다.
전반 11분 프랑스의 역습 찬스에서 음바페는 바로 이 공간을 엄청난 속도로 질주했다. 최종적으로는 아르헨티나의 ‘센터백’ 로호가 버티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스피드로 제치며 페널티킥을 얻어 냈다. 프랑스가 마투이디를 왼쪽 미드필더로 배치한 비디칭 전술로 메시를 견제하고 동시에 카운터 찬스에서 음바페의 속도를 이용한 것과 달리 아르헨티나는 구조적으로 이를 저지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차이가 프랑스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하지만 프랑스도 선제 득점 이후 수비적인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전반 41분 디마리아의 동점골 장면에서 프랑스의 수비 전형이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쏠리면서 중앙에 아주 커다란 공간이 발생했다. 포그바와 캉테를 지적할 수도 있지만, 아르헨티나의 볼 전개가 스로인에서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음바페나 지루가 이 위치까지 내려와 커버를 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면서 디 마리아가 슈팅 할 시간적인 여유가 아주 많아졌다.
후반 3분 추가 실점도 유사했다. 아르헨티나의 세트피스 이후 세컨볼이 메시에게 흘렀고, 그 앞에 무려 3명의 선수가 메시의 슈팅을 막기 위해 서 있었지만 너무 느슨하게 압박을 시도하면서 메시의 슈팅이 골문 앞에 서 있던 메르카도에 맞고 굴절돼 행운의 골이 됐다. 앞에서도 그랬지만, 프랑스는 박스 외곽에서 상대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줬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수비적인 약점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후반 12분 디 마리아는 또 한 번 매우 게으른 수비로 프랑스의 ‘오른쪽 풀백’ 파바드의 전진을 견제하지 못했다. 에르난데스가 크로스를 올린 상황에서 반대쪽에 있던 바네가와 디 마리아는 모두 자신이 커버해야 할 선수를 놓쳤다. 바네가는 음바페와 5m 이상 떨어져 있었고, 디 마리아는 파바드가 슈팅 한 뒤에야 쫓아왔다.
후반 시작과 함께 ‘경고’를 받은 로호를 빼고 파지오를 투입한 결정도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장신 수비수 파지오는 경기 템포에 적응하지 못한 듯 프랑스의 속도에 당황했다. 백패스를 하다 그리즈만에게 실점할 뻔한 위기를 맞더니, 후반 19분에는 박스 안에서 음바페를 완전히 놓치며 다시 재역전을 당했다.
다급해진 삼파올리 감독은 ‘미드필더’ 페레즈를 빼고 ‘공격수’ 아구에로를 투입했다. 포메이션은 4-3-3에서 4-4-2가 됐고 미드필더는 3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최종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도 더욱 벌어졌다. 프랑스는 그 공간을 놓치지 않고 공략했다. 캉테의 전진패스를 그리즈만이 내려와 전달하는 과정에서 아르헨티나는 아무도 그리즈만을 견제하지 못했다. 마스체라노가 전진하면서 ‘홀딩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그리즈만의 리턴 패스는 마투이디와 지루를 거쳐 음바페에게 연결됐다. 역시 이번에도 디 마리아의 수비 지원을 받지 못한 타글리아피코를 음바페가 손쉽게 따돌렸다. 이처럼 아르헨티나는 끝까지 음바페를 견제할 수비적인 장치를 하지 않았다. 프랑스의 4골 중 3골이 아르헨티나의 ‘왼쪽’ 즉, 프랑스의 ‘오른쪽’에서 나온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추가 시간 아구에로가 헤딩으로 한 골을 만회했지만 프랑스를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누가 누가 수비를 못하나 게임은 그나마 조금 더 나았던 프랑스의 승리로 종료됐다.
[그래픽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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