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괴물 수비수’, ‘제2의 홍명보’, ‘미친 신인’ 1996년생으로 만 21세이자 프로 1년 차인 전북 현대 수비수 김민재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사실 불과 1년 전 만해도 김민재가 이토록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신인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전북에서 그것도 수비수가 한 자리를 꿰차기는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김민재는 이 같은 예상을 보기 좋게 깨트렸다. 데뷔전부터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한 그는 최강희 감독이 선발 라인업을 짤 때 가장 먼저 이름이 오르는 선수가 됐다. 겨우 몇 개월 만에 이뤄낸 대단한 변화다.
진화는 계속됐다. 전북을 넘어 K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수비수로 거듭난 김민재는 신태용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이제는 A대표팀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상황에서도 신태용 감독이 동아시안컵 명단에 그를 포함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표팀 전술과 분위기를 유지하라는 배려였다.
김민재는 나이답지 않은 과감한 수비로 주목을 받고 있다. 기다리기보다 먼저 뛰쳐나가 공을 차단한다. 그리고 몸 싸움을 즐기는 그는 상대와의 경합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감이 깔리지 않으면 하기 힘든 수비다. 잘못하면 공격수에게 너무 쉽게 자신의 뒷공간을 열어줄 수 있다.
이는 수비수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공간을 지키려고 애쓴다. 하지만 김민재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최선의 수비라고 믿는다. 공격수가 공을 잡지 못하면 슈팅을 할 수 없고 그러면 실점도 하지 않는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김민재이기에 가능한 발상이다.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모두가 김민재 선수를 극찬한다
“솔직히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부담감이 있었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계속해서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끔 너무 잘하려다가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 것들을 내년에는 보완해서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스스로에게 올 시즌 점수를 7~8점 주고 싶다고 했다
“10점 만점에 7~8점 정도라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시즌을 보냈지만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올 해는 경고를 많이 받았다. 페널티킥도 줬고 퇴장도 당했다. 수비수로서 경고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험한 지역에서는 기다리는 법도 배웠다. 이런 걸 보완하면 나머지 2~3점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즌 초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무엇이 가장 달라졌나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모든 게 어색했다. 그래서 녹아 들지 못했는데, 경기를 계속해서 뛰면서 경험도 많이 하고 팀 플레이에 녹아 들게 됐다. 이제는 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기를 즐긴다.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달라진 점이다”
-전북에서 이렇게 잘 할거라고 예상했나
“그런 생각은 전혀 못했다. 전북 입단 당시 최강희 감독님께서 칭찬해주셔서 기사가 많이 났다. 부담도 됐지만 동계훈련 때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감독님께서 주전 조끼를 자주 입혀주셨고 형들하고 운동을 계속하면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괴물 수비수라고 불린다. 별명은 마음에 드나
“좋게 생각한다. 잘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괴물이라는 별명을 계속 지키려면 계속해서 괴물 같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괴물 말이다”
-어린 나이지만 수비하는 법을 아는 것 같다. 비결이 무엇인가
“경기장에 나가면 공을 앞에서부터 많이 자르려고 한다. 수비수마다 모두 스타일이 다른데, 개인적으로 가로채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공이 우리 진영으로 들오기 전에 도중에 차단하는 게 가장 좋은 수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포인트가 있다면
“경기 내내 계속해서 집중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경기 흐름을 읽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공이 어디로 올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자르지 못하면 위험한 상황이 나온다. 집중하고 또 집중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냉정하게 판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비지역을 지켜는 것보다 공을 먼저 끊는 게 더 어렵지 않나
“그래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덕분에 뒤로 공이 빠지는 상황이 많이 없었다. 전북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 많이 공을 자를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공격수가 존재한다. 키 큰 선수도 있고, 빠른 선수도 있다. 막는 방법이 다 다를 것 같은데
“보통 키 큰 선수가 피지컬이 좋다. 힘 좋은 선수는 포스트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사전이 밀고 들어가야 한다. 나 역시 몸 싸움에 자신 있기 때문에 강하게 밀려고 한다. 빠른 선수는 미리 뛸 곳을 예측해야 한다. 특히 일대일 상황에선 가급적 사이드로 몰려고 한다. 열린 공간이 아니라 닫힌 공간에 가두려고 한다”
-K리그에서 가장 상대하기 어려웠던 선수는 누구였나
“수원의 염기훈 형이다. 경기장에서 맨투맨 수비를 한 적이 있는 정말 힘들었다. 왼발만 막으면 될 줄 알았는데 양발을 다 잘 썼다. 기술도 좋고 축구 센스가 정말 뛰어나다. K리그를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선수다”
-전북에 좋은 공격수들이 더 많았다
“수비수 입장에선 축복이었다. 동국이형, 신욱이형, 에두, 로페즈 등 스타일이 다른 공격수가 팀에 많다. 형들을 막다가 경기장에 나가면 오히려 편했다. 전북에선 자체 게임을 자주 하는데 신욱이형과 에두는 피지컬이 좋고 로페즈와 에델, 교원이형은 빠르다. 그래서 자체 게임이 더 힘들었다. 그러나 경기에 나가면 모래주머니를 차다가 풀고 뛰는 느낌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전북 입단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그렇다. 다른 팀을 안 간 게 다행이다(웃음). 전북에 잘 왔다고 생각한다. 최강희 감독님과도 잘 맞는다. 운동도 경쟁 체제여서 발전하는데 도움이 된다. 항상 재미있게 운동하고 있다”
-내년에 월드컵이 열린다. 본선에서 막아보고 싶은 선수가 있나
“솔직히 다 붙기 싫다(웃음). 개인적으로는 토트넘의 해리 케인이다. 드리블도 좋고 피지컬도 뛰어나다. 결정력은 말 할 것도 없다. 그런 선수를 상대하면 머리 속이 정말 복잡해질 것 같다. 대응할 게 워낙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벽을 느껴보고 싶다.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보고 싶다”
[사진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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